골프장 운영과 리조트 개발이 주력사업인 에머슨퍼시픽은 4월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에서 '가죽 가방 및 신발제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 회사의 대주주들은 2004년 초 엠씨타운이라는 업체를 인수한 뒤 기존 피혁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리조트개발 사업을 해왔지만 '2년 연속 주된 사업 매출의 변동'이 있어야 업종을 바꿔주는 규정 때문에 최근에야 업종변경 승인이 난 것이다.

이 회사는 2년이 지나 제 업종을 찾아갔지만 코스닥시장에는 아직 엉뚱한 업종에 속해 있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특히 지난해 인수합병과 우회상장 붐을 겪으면서 주력 사업이 바뀐 기업들이 많지만 소속업종이 바뀐 기업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배용준씨와 소프트뱅크가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키이스트는 '컴퓨터시스템 설계 및 자문업',팬텀은 '운동 및 경기용구 제조업',디에스피이엔티는 '기타 섬유제품 제조업'으로 돼 있다.

바이오업체인 라이프코드는 '기계·장비업'이고 대부업체로 변신한 리드코프는 '연료 및 관련제품 도매업'에 속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스닥시장에서는 업종분류가 무의미해졌다.

30여개나 되는 업종지수가 있지만 어느 기관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해당 업종에 속해 있는 업체들의 주력사업이 제각각이어서 업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는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도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업종변경에 소극적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최근 정기심사를 통해 10개 코스닥기업의 업종을 변경했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업종을 변경한 코스닥 상장사는 이들 업체를 포함해 16개사에 불과하다.

지난해 우회상장업체만 70여개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업종지수를 포함해 코스닥 관련지수가 43종이나 되지만 유용성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에게는 혼란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변하면 관리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코스닥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방치해둔 업종분류 방식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