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달러는 거부(巨富)의 상징이자 회사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인터넷검색 업체인 구글의 경영진이 최근 '연봉 1달러'를 내년에도 고수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 기업가들 사이에서 연봉 1달러 선언은 일종의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연봉 1달러만 받는 이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으며,회사의 가치가 오르면 자신이 소유한 주식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연봉의 액수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너스나 스톡옵션 없이 순수하게 연봉으로 1달러를 받는 기업가들은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 외에도 에너지 회사 킨더 모건의 공동 창립자인 리처드 킨더,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CEO,드림웍스 애니메이션 SKG의 제프리 카젠버그 CEO 등이 있다.

대부분 회사의 창립자이기도 한 이들 기업가는 이미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 지분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브린과 페이지는 2004년 구글 주식 공개 이후 각각 22억달러와 18억달러를 현금으로 챙겼고,이들이 보유 중인 주식 가치는 각각 130억달러에 이른다.

또 스티브 잡스가 소유한 애플 지분의 가치는 6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연봉 1달러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봉 1달러는 기업가의 희생을 의미했고,1970년대엔 리 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 회장 등이 기업 회생을 위하고 주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연봉 1달러를 받았다.

닷컴 버블이 붕괴될 때는 고통을 함께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연봉 1달러만 받더라도 회사가 성공하면 곧 자신도 성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컴퓨터 외에도 그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회사인 픽사로부터 매주 1달러의 봉급을 받는다.

그는 픽사 주식의 49.8%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월트디즈니가 74억달러를 들여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잡스의 주식 평가액은 37억달러로 뛰어 올랐다.

또 리처드 킨더는 올해 회사로부터 주식 배당금으로 8400만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반면 홈디포의 로버트 나델리 CEO의 경우 최근 2년간 회사로부터 5070만달러를 챙겼지만 회사 주식 가치는 지난 5년간 19%가 떨어졌으며,루슨트테크놀로지의 패트리샤 루소 CEO 역시 최근 2년간 회사에서 1730만달러를 받았지만 5년간 회사 주식은 무려 82%나 폭락했다.

한편 '연봉 1달러'를 받는 기업가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회사의 경리부 직원들은 현행법상 세금 계산 문제 등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고 LA타임스는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