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갈수록 커지는데 화물 채우기는 쉽지 않고….'

국내 해운사들이 갈수록 커지는 컨테이너선을 채우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척당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7500개 이상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 반해 물동량은 이를 충족할 정도로 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국내 해운사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머스크시랜드(덴마크) APL(싱가포르) 코스코(중국) 양밍(대만) K라인(일본) 등 세계적인 선사들이 극복해야 할 공통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국내외 해운사들은 영업망을 총동원,화물 유치에 나서고 있다.

◆8000TEU급 이상이 주력으로


해운 시황 약세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은 초대형선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해운 시장의 주력 선형이던 5000∼8000TEU급 신조선 인도량이 향후 4년간 정체 또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8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은 지금보다 5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세계적 해운컨설팅 회사인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부터 2009년까지 시장에 나올 8000TEU급 이상 선박은 모두 161척에 이른다.

현재 투입돼 있는 선박(40여척)의 4배다.

반면 같은 기간 6000∼7000TEU급 선박은 71척,7000∼8000TEU급은 2대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선박 대형화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물동량 증가율이 해운사의 미래를 좌우할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이상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선박이 대량으로 투입되는 2009년 이후까지 물동량 증가율이 선박 증가율을 넘어서지 못할 전망"이라며 "초대형선이 대거 시장에 나오면 선복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선박 대형화 놓고 고심

국내 선사들의 경우 아직은 물동량 부족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현재 운항 중인 대형선의 실적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발 미주 서안 항로에 8000TEU급 5척을 투입했지만 미주노선의 전체 소석률은 지난 1월 86%에서 비수기인 2월에는 7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에는 89%로 반등했다.

이달에는 95% 정도로 거의 만선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황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박을 급속히 대형화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고심 중이다.

한진해운이 9000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1만TEU급 초대형선 발주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2009년께 미주 노선에 투입하려면 4~5척을,유럽 노선의 경우 8척 이상을 발주해야 한다"면서 "물동량 증가세와 시황이 얼마나 이를 뒷받침해주느냐가 결정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