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멀케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여·53).그는 현재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CEO다.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제록스를 구해낸 그의 능력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특히 그 흔한 MBA(경영학 석사) 학위증도 없이 열정 하나로 제록스를 구해낸 터라 그 비결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멀케이 회장이 2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털어놨다.

그가 CEO에 선임된 것은 2001년.한때 거대한 공룡이었던 제록스는 171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멀케이 회장은 이른바 '3C'를 들고 나왔다.

다름아닌 '컬러복사기(Color),고객우선(Customers),비용절감(Costs)'이 그것 이었다.

그는 이를 목표로 다섯 가지를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겼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은행원이 아닌 고객 및 직원과 보내는 거였다.

그는 취임 초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찾아간 적이 있다.

"투자를 부탁하러 갔는데 다른 사람보다 고객과 직원을 우선시하라는 충고를 받았으며 그후 좌우명이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모든 경영진으로 하여금 고객과 관련된 일을 직접 하게 하되 이를 원하지 않는 경영진은 과감히 내보냈다.

그는 "취임 초기 경영진을 일일이 만나 회사의 회생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경영진을 내보냈다"며 "그후 경영진이 한마음으로 뭉칠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조사를 받을 때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때론 좋지 않은 실적을 감추고 싶을 때가 있었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점은 과감히 털고 갔다"고 한다.

제록스는 특히 그가 취임하기 전 회계 부정 스캔들에 연루돼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상태라 이런 노력은 더욱 필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네 번째는 과거의 사업 모델은 사라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제록스가 한때 독점적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버리지 못했다면 회생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여러 경쟁자와 경쟁하고 있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론 종업원들에게 회사가 회생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 줬다.

그는 CEO로 취임한 이후 9만6000명이던 직원을 5만500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불안에 떠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다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 노력,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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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멀케이 제록스 회장의 회사 회생 비결 >

1.고객및 직원과 함께 하라

2.확신이 없는 경영진은 내보내라

3.감독당국의 조사엔 있는 그대로 응하라

4.과거의 사업모델이 효력을 상실했음을 인정하라

5.직원들에게 회생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