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상품의 명품화 경쟁은 다른 어느 곳보다 카드 업계에서 특히 치열하다.

다른 어떤 금융 상품들보다 한층 더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신용카드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서비스나 디자인 측면에서 장인의 혼(魂)을 담은 상품을 개발해 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위 5%를 잡아라

신용카드사들마다 VIP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수적으로는 미미하지만 사용 금액,사회적 명성 등을 따지자면 카드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이른바 '로열 고객'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마다 VIP 고객을 가늠하는 기준은 각기 다르지만 통상 카드사용액 기준으로 상위 1∼5% 수준을 잡고 있다.

VIP고객 마케팅에 가장 앞장 서고 있는 곳은 현대카드.현대카드는 최근 상위 이용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인 '더 퍼플(the Purple)'을 내놓았다.

연봉 1억원 이상의 대기업 및 외국계기업 부장급 이상,전문직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상품이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VVIP 카드급인 '블랙'을 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금까지 1500여장이 발급된 '블랙'은 당초 9999장만 발급키로 한 상품이다.

전체 카드 사용 고객의 상위 0.01%에 초점을 맞춘 것.사용 한도 최대 1억원,연회비가 100만원에 달하지만 발급을 요청하는 고객의 문의는 끊이질 않는다.

신한카드도 상위 1.5∼2%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탑스클럽'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우수 고객에 선정되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인 신한은행 굿모닝신한증권에서도 똑같은 우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개월 사용액 기준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가능하며 전담 상담서비스,면세점 할인,건강검진 우대 서비스가 함께 제공된다.

롯데카드도 샤롯데 플래티늄 카드 등을 출시하며 우수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카드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우수 고객은 1만여명으로 전체 고객의 1% 안팎이다.

공항라운지 무료이용 서비스,생일 무료 꽃배달,수수료 할인,구매물품 보상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이 밖에 삼성카드도 전체 회원 중 7% 수준인 65만명의 우수 회원에게 호텔 외식 할인, 전담 상담서비스 등 각종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한다.

○마니아 카드

성별이나 연령대가 비슷한 대중(mass)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는 달리 취미,구매 패턴 측면에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고객을 한데 묶은 '마니아형'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소량 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명품의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신한카드에서 최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과 제휴해 출시한 '신한·맨유 마스터카드'와 아시아 슈퍼 스타로 떠오른 가수 비의 팬클럽 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마니아들을 겨냥한 LG카드 '프리머스 서포터즈-LG카드'도 대표적인 마니아 상품이다.

시중 은행들도 비슷한 개념의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행기 승무원들이 장시간의 비행 등으로 구매 패턴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아시아나항공사 승무원 제휴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조흥은행은 와인 애호가를 위한 '와인클럽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전국 와인 매장에서 와인 구입시 10% 할인,연간 2~3회 소믈리에를 초청해 무료 와인 교육을 해 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왜 명품 신용카드인가?

이처럼 명품 신용카드가 늘어나는 것은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메이저 상품을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1인당 3.4장의 신용카드를 보유(여신금융협회)하고 있어 신용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신용카드의 명품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재테크 차원에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신한·맨유카드가 제공하는 축구 등 프로 스포츠 할인 혜택 등을 모두 활용하면 다른 신용카드나 현금 등으로 정상적으로 이용했을 때보다 연간 최대 102만원 이상을 아껴 쓸 수 있다.

취미 생활도 하고 돈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발급을 시작한 지 1주일여밖에 안 된 맨유 카드의 경우 은행 창구에서의 반응이 예상 외로 뜨거워 체크카드 신상품을 추가로 선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