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수익률에만 현혹되지 말고 위험도를 감안한 수익률도 고려하라.'

상품 수만 7000여개에 이르는 '펀드 홍수' 시대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의 판매직원이 권하는 펀드를 무작정 선택하기도 내키지 않고,그렇다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펀드를 일일이 분석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펀드를 고를 때 누적수익률 외에 위험도를 조정한 후 계산된 위험조정수익률도 함께 고려할 것을 권한다.

펀드는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는 까닭에 리스크를 적절히 피해가며 긴 기간 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올려야 우수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위험조정수익률 지표

위험요소를 반영한 위험조정수익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표준편차는 수익률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한 펀드의 수익률이 얼마나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지를 보여준다.

숫자가 낮을수록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는 펀드다.

베타(β)계수는 시장의 지수 상승률과 펀드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베타계수가 1이면 펀드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뜻이고 1보다 크면 시장수익률을 웃돈다는 의미다.

펀드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베타계수가 높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초과수익을 올리지만 반대로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는 하락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베타계수가 높은 펀드들은 상승장에서 힘을 내는 '공격형' 펀드,낮은 펀드들은 하락장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비형' 펀드로 보면 된다.

샤프지수는 펀드의 위험도와 수익률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인 위험조정수익률이다.

명목수익률에서 무위험수익률을 뺀 후 표준편차로 나눈 값이다.

위험 1단위당 초과수익을 어느 정도 올렸는지 보여준다.

샤프지수가 클수록 위험대비 수익률이 좋은 펀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위험조정 후 수익률 높은 펀드는

2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3년간 수익률에 기초해 76개 주식형펀드의 샤프지수를 산출한 결과 평균 0.44로 집계됐다.

이중 세이에셋자산운용의 '세이고배당장기주식형'과 '세이고배당주식형'이 각각 0.71과 0.67로 전체 1,2위를 차지했다.

신영투신운용의 '신영마라톤주식A형'(0.55) PCA투신운용의 'PCA업종일등주식D-1클래스A'(0.55) 'PCA베스트그로쓰주식A1클래스A'(0.54) 등도 상위권에 들었다.

샤프지수 상위 15개 펀드 중 14개 펀드는 3년 수익률 순위에서도 모두 15위 이내에 든 우수한 펀드들이다.

장기간 높은 수익률로 검증된 펀드들이 위험요인을 감안한 수익률 경쟁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별 순위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샤프지수 1,2위를 차지한 세이에셋의 배당펀드들은 수익률에서는 각각 7,13위에 그쳤다.

반면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의 경우 수익률에서는 1,2위에 올랐지만 샤프지수 순위는 각각 6,7위에 머물렀다.

결국 위험요인은 비교적 크지만 수익률이 최상위인 펀드를 택할지,수익률이 1,2위권은 아니지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내는 펀드를 고를지는 투자자별 성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이동수 한국펀드평가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 투자기간이 길수록 위험조정 후 수익률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도 수익률을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평가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펀드별로 여러 유형의 위험조정수익률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닝스타(www.morningstar.co.kr) 제로인(www.funddoctor.co.kr) 한국펀드평가(www.fundzone.co.kr) 등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