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올린 '국제유가 70달러 시대'는 현재의 수급 여건상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국 중국 등의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 핵문제,나이지리아 정정 불안,베네수엘라의 유전 국유화,주요 소비국들의 정유시설 부족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연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유가 70달러시대 장기화될 듯

배럴당 70달러대에 진입한 국제 유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란 핵사태가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하루 40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세계 4위)하고 있는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원유 시장에서 수급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란의 핵문제는 단시일 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장기간 유가 하락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시큐어리티 애널리시스의 릭 뮐러 연구원은 "이란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이란의 위기가 증폭되면 90달러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변동의 완충 역할을 해 온 OPEC의 증산 여력이 하루 200만배럴에 못 미치는 것도 유가 상승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올해 유가 전망치 속속 상향

원유 시장의 수급불안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요 석유시장 분석 기관들도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1분기 수정치)'에 따르면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 2월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배럴당 52.3달러)보다 3달러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CERA는 또 국제유가 시장이 고유가 시나리오로 귀결되면 올해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67.5달러(17일 64.71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현재 원유 시장이 '초강세(Super Spike)' 국면에 진입했다며 유가 상승세가 105달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세계경제 브레이크 걸릴 가능성


유가 70달러대는 올 들어 호조세를 보여 온 세계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미국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른 상태가 1년간 지속되면 연간 소비가 7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 의존도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가 10달러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1.0%포인트 깎아 내린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유가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물가 상승→소비 위축→생산 둔화'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이 1970,80년대 '오일 쇼크' 정도의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다 오일 머니의 영향력이 커져 유가 급등을 흡수할 힘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신동열·김동윤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