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산공장이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기존 울산 온산공장(58만배럴 규모)과 합쳐 하루 106만배럴의 원유정제능력을 확보,GS칼텍스(65만배럴)를 제치고 국내업계 2위로 올라서며 1위인 SK㈜(SK인천정유 포함 111만5000배럴)마저 바짝 뒤쫓게 된다.
에쓰오일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일원에 하루 48만배럴 규모의 원유정제설비(CDU)와 15만배럴의 벙커C유 분해센터(휘발유 7만5000배럴,등·경유 7만5000배럴),10만7000배럴의 탈황시설 등을 건설키로 의결했다.
총투자비는 3조5740억원으로 2010년 완공 예정이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수출 75억달러를 포함해 연간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거둬 아시아·태평양지역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중국시장 겨냥한 도전
에쓰오일은 대산공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지상유전(地上油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시 온산공장에 58만배럴의 정유공장을 보유한 에쓰오일이 서산시를 제2공장 후보지로 택한 것은 이 지역이 중국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선발업체들과 출혈경쟁을 감수하느니 경제성장과 더불어 석유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한다는 것.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75%를 수출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산공장은 고급석유제품 허브기지로 중국시장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며 통일 이후 북한지역 공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설립 초기부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 국내 정유업체가 수출업체로 변신하는 데 앞장섰으며 공해가 심한 벙커C유를 경질유로 재정제하는 고도화설비도 1997년 가장 먼저 건설하는 등 앞선 투자를 해왔다.
◆롯데와 시너지 노리나
에쓰오일은 자사주 28.4% 매각을 추진 중이며 롯데그룹이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35.0%)와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번 대산공장 투자가 롯데그룹의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투자결정은 자사주 매각과는 무관하며 기존에 축적해온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1조3000억원의 현금유동성에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아람코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거나 자사주를 매각한 대금으로 투자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이번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찌됐건 이번 투자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롯데로선 에쓰오일의 자사주를 인수할 경우 대주주로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이점을 챙기게 된다.
또 에쓰오일 대산공장이 완공돼 연간 400만t의 나프타를 생산하게 되면 대산단지에 속한 삼성토탈(연간 나프타 수요 400만t),롯데대산유화(200만t),LG화학 대산공장(150만t) 등 그동안 나프타 수요를 수입에 의존해온 석유화학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에쓰오일 자사주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로선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투자결정은 에쓰오일 자사주 매각에 가격 인상 등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