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부들' '로스트' 등 미국 인기 TV 시리즈물이 인터넷에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생생한 TV 화면으로 이런 웹비디오를 손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TV와 PC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손쉽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PC와 TV 기술의 융합'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IT 업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단순히 웹비디오를 PC와 TV 간에 공유토록 하는 것이다.

다음은 PC를 TV와 비슷한 기기로 변형시키려는 시도다.

웹비디오를 공유하는 기술은 가장 현실적이긴 하지만 유선이든 무선이든 복잡하고 불안정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의 경우 사용자가 PC에 저장해놓은 웹비디오를 TV로 볼 수 있는 제품을 이미 선보였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듀얼밴드 와이어리스 A/G 미디어센터 익스텐더'란 긴 이름이 붙을 정도로 좀 어려운 시스템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기술표준이 뒤섞여 있어 다른 회사 기기 간에 특정 형태의 콘텐츠를 공유하기 힘든 점도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TV 쇼를 판매하는데,아이튠스는 다른 회사 제품과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없다.

일부에선 인텔의 바이브(Viiv)가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TV와 PC나 다른 기기를 직접 연결하는 바이브 기술 계열의 기기는 여러 온라인서비스와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기능을 특수하게 갖춘 PC로는 윈도XP 미디어센터로 구동되는 HP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센터 PC(모델명 z556 PC,대당 1500달러대)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에서 웹비디오를 내려받아 TV에서 볼 수 있고 개인비디오녹화기인 PVR 기능을 내장해 TV 쇼를 직접 녹화할 수도 있다.

USA투데이 칼럼니스트인 제퍼슨 그러햄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센터 PC에 1399달러짜리 HP LCD TV(모델명 LC3200N)를 연결하는 순간,문자 미디어인 인터넷이 AV 콘텐츠를 가진 새로운 미디어로 변신했다"고 흥분했다.

트랙볼이 달린 미니 무선 키보드가 제공되는 편리한 점도 있다.

애플의 맥미니는 거실의 TV나 스테레오와 연결해 볼 수 있는 최소 견적(대당 599달러)을 보여주는 제품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으론 방송사들의 입김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신들의 웹TV 서비스가 'PC와 TV의 융합'에 침범당하지 않으려 무척 신경쓰고 있다.

ABC는 위기의 주부들 같은 비디오를 PC에 저장하지 못하게 한다.

이들 비디오를 TV로 보려면 케이블로 PC와 TV를 직접 연결해야 한다.

PC와 TV가 각각 다른 공간에 있다면 상당히 불편한 솔루션일 수밖에 없다.

ABC는 또 노트북이나 PC 모니터에서 가장 좋은 화면이 나올 포맷으로 비디오를 제공한다는 점도 문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