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7일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혐의를 부인해도 기소할 방침임을 시사해 최종 사법처리 수위가 주목된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회장의 진술 태도에 따라 사법처리 방침이 달라지느냐는 질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밝혀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한 증거ㆍ진술 등을 이미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채 기획관은 또 정 회장 부자가 혐의를 부인해도 이달 하순까지 수사를 끝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정 회장 부자는 단순 참고인이 아니다.

혐의 유무가 규명이 안된 상태에서는 단순 참고인 신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혐의가 상당 부분 규명됐음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회장의 중국 방문(4.17∼19)이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 정 사장에 이어 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후 이달 말 임직원들과 함께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 부자의 소환 시기와 관련해 "소환일정이 확정 안됐다.

다만 17∼19일 중국 방문일정은 가급적 피해가려 한다"고 말해 20일 이후에 소환이 이뤄질 계획임을 암시했다.

특히 그는 부부나 부자를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 관례가 유지되는지에 대해 "이 사건에 관련한 가장 적절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혀 정 회장 부자 모두 사법처리할 수도 있음을 엿보게 했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관련 수사를 가능한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대검 범죄수익환수팀장을 맡고 있는 이용일 검사를 기존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등 수사역량을 강화해 남은 의혹들을 집중 규명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날 정 회장 부자 소환을 앞두고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사장)과 주영섭ㆍ이일장 현대오토넷 전ㆍ현직 사장 등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부른데 이어 전 기획총괄본부장였던 정순원 로템 부회장을 소환 조사 중이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등의 수사에 주력하다가 위아와 본텍, 카스코 등 계열사 부채탕감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자산관리공사(캠코) 고위인사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부채탕감 비리와 관련한 기초조사는 하겠지만 현대차 비자금과 기업비리 등 급한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며 본격적인 수사는 일정상 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부채탕감 비리 사건과 관련,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씨와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가 ㈜위아 외에 ㈜카스코와 ㈜본텍의 부채탕감 과정에도 개입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