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대형 백화점에 밀려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그랜드 삼성플라자 등 중소 백화점이 유독 일산 분당 등 신도시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영업면적이 5000평대에 불과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지난해 하루 평균 5억1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일산점과 단위면적당 매출에서 대등한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인근 롯데백화점 분당점보다 매출이 훨씬 앞선다.

문화공간의 부족으로 즐길거리,놀거리가 별로 없어 늘 유동인구를 서울 도심지로 빼앗기는 신도시에서,그것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 백화점들이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지역 특성에 맞춰 주민들의 발길을 잡는 독특한 생존 전략 덕이다.

홍종태 그랜드백화점 마케팅실 과장은 "다른 점포와의 통일성을 고려해야 하는 대형 백화점에 비해 중소 백화점이 유연한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펼치기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로 나가기 전에 잡아라

그랜드 일산점은 신도시에 사는 전업주부들을 잡기 위해 수시로 '개미장터'를 연다.

백화점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30분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정문 밖에 미끼 상품을 내놓고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행사다.

다소 손해를 보면서도 개미장터를 여는 까닭은 쇼핑에 나선 주부들을 오전 11시까지 일산에 눌러앉히기 위해서다.

일단 11시만 넘기면 서울 신촌 등 도심지 백화점 부근은 차가 막혀 선뜻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주부들을 위해 백화점측은 인근 유명 식당,찜질방 등과 제휴해 할인쿠폰을 나눠주기도 한다.

또 다른 목적은 전시효과다.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나가는 주엽동 대로변에 위치한 그랜드백화점 정문 앞에 개미장터로 인해 사람이 잔뜩 몰려있으면,서울로 나가던 주부들이 '무슨 대단한 세일을 하나' 싶어 차를 돌려 들르게 된다고 일산점 관계자는 귀띔했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주부들이 분당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매일 오전 백화점 앞 광장에서 문화행사를 연다.

그저 그런 가수들의 맥빠진 공연이 아니다.

이미자 남진 송대관 김현철 god 등 대형 가수가 수시로 초대되는 것은 물론이고,가끔은 앙드레 김 패션쇼,뮤지컬 명성황후,퍼포먼스 난타 등의 공연도 연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둬라

이들 백화점은 도심지로 출근한 주민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영업하는 것도 특징.대부분 도심지 백화점이나 인근 대형 백화점 점포는 평일 오후 8시면 문을 닫지만,그랜드 일산점은 거의 매일 오후 10시까지 연장 영업을 실시한다.

차가 많이 막히는 금요일의 경우에는 11시까지 올빼미 영업을 강행하기도 한다.

저녁 때밖에 쇼핑할 시간이 없는 맞벌이 주부를 배려한 것.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심야 신선식품 배달서비스로 승부를 건다.

신도시 주민들이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필요한 식품을 주문하면 고객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배달해준다.

삼성플라자 분당점 마케팅 담당자는 "고객이 오후 11시에 집에 돌아온다고 해도 주문한 식품을 냉장 보관했다가 그 시간에 맞춰 배달해주기 때문에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