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장관 임명 전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연극 '격정만리'가 홍보 및 협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된 이 작품은 전체 608석의 객석 중 주중 50여석,주말 100여석의 티켓이 팔리며 유료점유율 20%가 채 안되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달 초 김 장관이 내정된 후 협찬사 선정과 홍보마케팅 등에 거의 힘을 쏟지 못했기 때문. 공연장 건립 경험이 있는 A건설사의 협찬 제의는 장관 직무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거절했다. 또 이 작품과 관련돼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김 장관은 바쁜 공식일정으로 인해 거의 응할 수 없다.

더구나 김 장관은 더 이상 연출자로 나설 입장도 아니어서 이 연극은 연출자 없이 스태프 회의를 통해 공연되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어렵게 틈을 내 가족과 함께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했을 뿐이다.

극단 아리랑 관계자는 "1억8000만원의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유료객석 점유율이 적어도 45%는 돼야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나 마케팅을 할 수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격정만리'는 1920~195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연극인의 격정적인 삶을 그린 작품. 1991년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가 주관한 서울연극제에 참가하려다가 "연극인을 친일파와 친미파로 묘사해 연극사를 왜곡했다"는 집행위 지적에 따라 참가가 취소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을 관람한 관객의 반응은 엇갈린다. 해방 전의 친일 문제와 한국전쟁 전후의 이념갈등 문제를 연극인 내부집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점이 참신하다는 긍정론과 철지난 이야기의 재탕이라는 부정론이 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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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