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중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5일 바그다드 특별법정에서 재개됐다. 재판부는 이날 후세인을 단독 출석시킨 가운데 후세인 정권이 1982년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 140여명에게 대통령 암살미수 혐의를 씌워 처형한 사건의 불법성을 따지는 심문을 진행했다. 후세인은 초기 진술을 통해 치안조직을 관장하는 시아파 주도의 현 내무부가 수니파를 고문,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일치단결해 미군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후세인은 종파간 분쟁을 의식한 듯 내무부를 겨냥, "수 천 명을 거리에서 죽이고, 고문한 쪽"이라고 말했다가 라우프 압둘-라흐만 재판장으로부터 "정치적 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제지를 받았다. 그는 또 국제 법정만이 공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측이 자신의 서명이 돼 있다고 재판부에 제출한 시아파 주민 처형 관련 문서의 진위를 국제기구가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증인들은 매수돼 이곳에 온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누가 감히 조국을 지키고, 이라크와 싸우는 사람들에 맞서 일어선 대통령에게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측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처형된 10대 소년들이라며 희생자들의 신분증을 제시하자 "그런 가짜 신분증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어린이 처형을 재가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라흐만 재판장은 후세인의 정치적 발언이 종파 간 분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후세인의 변호인인 부슈라 칼릴(여) 변호사가 미군 병사들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이라크인 재소자를 학대하는 사진을 꺼내들고 라흐만 주심판사와 설전을 벌이다 퇴정당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재판부는 6일 공판을 속개키로 했다. 한편 후세인은 4일 쿠르드족을 학살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두자일 사건 재판이 종결돼 사형을 선고받더라도 형이 집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쿠르드족인 잘랄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은 판결 집행 전에 후세인의 모든 범죄 혐의들을 재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두자일 사건 재판이 끝난 후에도 나머지 혐의들에 대한 심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후세인은 쿠르드족 학살 외에도 1990년 쿠웨이트 침공, 91년 걸프전 후의 쿠르드족과 시아파 탄압 및 반체제 인사 살해 혐의 등 10여건의 반인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