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집권 중 쿠르드족을 대량학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에 따라 1982년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작년 10월부터 법정에 선 후세인에 대한 현 이라크 집권세력의 단죄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쿠르드족과 시아파는 후세인 축출 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집권세력이 됐다. 후세인 재판을 맡고 있는 이라크 특별재판부는 4일, 1980년대 후세인 정권이 쿠르드족을 겨냥해 진행한 안팔작전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관련자들에 대한 심리를 시작키로 했다고 밝혔다. 안팔작전은 후세인 정권이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의 혼란한 틈을 타 분리독립 운동을 본격화한 쿠르드족을 진압하기 위해 1987년부터 1년 간 진행한 군 사작전이다. 쿠르드족은 이 작전으로 18만명 이상이 학살당하고 북부 쿠르드족 마을 수 백 곳이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988년 이라크 군의 독가스 공격으로 5천여명이 희생된 할라브자 사건은 안팔작전의 대표적 피해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된 할라브자 사건을 후세인 정권이 저지른 가장 중대한 반인륜 범죄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법정은 이미 지난해 12월 할라브자 공격 등에 사용된 화학무기 원료를 후세인 정권에 공급한 혐의로 기소된 자국민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공격을 대량학살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조사 담당 판사인 라이드 알-주히는 AFP통신에 후세인과 다른 6명의 후세인 정권 고위 인사들이 안팔작전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라며 이 사건은 다른 주심판사가 맡게된다고 말했다. 쿠르드족 학살과 관련해 후세인과 함께 기소될 인물은 할라브자 독가스 공격을 지휘해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을 얻은 알리 하산 알-마지드 전 남부군사령관을 비롯해 술탄 하심 아흐마드 전 국방장관, 사브르 알-두리 전 정보국장 등이다. 이라크 현행법상 안팔사건 담당 재판부는 기소시점으로부터 45일 안에 재판을 시작할 수 있지만 후세인은 현재 심리가 마무리 단계인 두자일 주민 학살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여 향후 재판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쿠르드족인 잘랄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은 판결 집행 전에 후세인의 모든 범죄 혐의들을 재판할 것이라고 말해 두자일 사건에서 사형판결이 나오더라도 나머지 혐의들에 대한 심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후세인은 쿠르드족 학살 외에도 1990년 쿠웨이트 침공, 91년 걸프전 후의 쿠르드족과 시아파 탄압 및 반체제 인사 살해 혐의 등 10여건의 반인륜 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 재판이 완결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후세인은 5일 두자일 학살사건과 관련된 18차 공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