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전년보다 22.5% 늘어난 248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30.7%로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나라 빚이 이처럼 급속히 불어나자 국가채무를 적정선에서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05년 정부결산'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가채무는 전년 말(203조1000억원)보다 44조9000억원 증가한 248조원으로 집계됐다.




국가채무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빚을 말하며 중앙은행(한국은행)이나 공기업 등의 채무는 제외된다.


지난해 국가채무를 인구 수(4800만명)로 나누면 우리 국민 한 사람당 516만원씩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환율방어로 나라 빚 늘어


지난해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환시채)를 많이 발행한 탓이 크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국내에 달러가 넘쳐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자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환율 하락 저지에 나섰다.


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은 환시채 발행으로 마련했는데,그 규모가 15조8000억원에 달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정부 보증으로 발행됐던 예보채 등 공적자금을 국채로 전환한 것도 결과적으로 국가 채무를 늘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적자금은 2003년부터 매년 12조~13조원씩 국채로 전환되고 있는데,지난해에도 12조원이 국채로 전환됐고,이자 비용으론 1조원이 나갔다.


이 밖에 지난해 재정적자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9조원,국민주택기금을 위한 국채 발행 3조원 등으로 국가채무가 불어났다.




◆증가 속도 너무 빨라


재정전문가들은 국가채무 규모 자체보다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02년에 133조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248조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114조원 이상 급증했다.


또 GDP 대비 비율도 2002년엔 19.5%였지만 2003년 23%,2004년 26%,지난해에는 30.7% 등으로 매년 3~4%포인트씩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2003년부터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이때부터 예보채 등 공적자금 채권이 국채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고삐 죄야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OECD 30개 회원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평균 76.9%이고 미국은 63.8%,일본 158.9%,프랑스 76.7% 등이다.


이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30%가 결코 높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철환 재경부 국고국장은 "공적자금의 국채전환이 지난해 말로 끝났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올해부터 2009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30~31% 수준에서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급속한 고령화와 통일비용 등 돈 쓸 곳이 많기 때문에 국가 부채를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재정학)는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지출을 확대하겠다면서 표 잃을 증세보다는 국채발행을 늘려서 재원을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부채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 빚을 갚아야 하는 후세대에 짐이 될 뿐 아니라 정부의 거시경제 운영에도 큰 지장을 준다"고 경고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