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돈을 쓰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2000년 IT(정보기술) 거품 붕괴 후 투자를 억제한 채 내부 유보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기업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 데다 투자 여력이 확대돼 지갑을 다시 열고 있다.



이런 경향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여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기업들이 마침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유리제조업체인 코닝과 의류업체인 게스를 꼽았다.


코닝은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던 광섬유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동안 현금을 축적하는 대표적인 '구두쇠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15억달러를 들여 대만과 뉴욕에 있는 공장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는 등 현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이 회사 제임스 플러즈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새로운 기회를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빡빡한 살림살이를 해 왔던 게스도 올해 38개의 점포를 새로 열고 기존 점포 30개를 리모델링하는 등 투자를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카를로스 알베리니 CEO(최고경영자)는 "좀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제조업체인 해스브로도 2000년부터 모았던 10억달러의 현금을 투자에 사용키로 했다.


기업들이 다시 투자에 나선 것은 2000년 이후 투자를 거의 안해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경영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현금 축적으로 투자 여력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쓰는데보다 돈을 모으는데 주력해 왔다.


IT거품 때 무리한 투자를 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탓이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5600억달러를 저축할 수 었다는 게 JP모건의 분석이다.


기업의 자본 지출과 내부 자금의 차이인 '금융갭(financial gap)'도 작년 9월 말에 사상 최대인 1975억달러에 달했다.


그만큼 투자여력이 커진 셈이다.


반면 그동안 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탓에 성장잠재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현재의 설비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마침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던 기업들도 다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경향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듀크대 경영대학원이 3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자본투자를 평균 6.5%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9월 조사 때의 4.7%보다 높은 것이다.


JP모건의 데이비드 매키는 "기업들이 다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징후"라며 "일본과 유럽의 성장세 회복과 맞물려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