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벤츠 승용차를 3대나 굴리다가 6년만에 길거리로 나앉아 구걸로 연명하고 있는 한 중국 갑부의 인생유전이 화제로 떠올랐다. 린쥔옌(林軍言.46)은 10년전만 해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에서 잘 나가는 의약품 도매업체 헝성(恒生)실업의 대표이사로 자산만 1천만위안(약 12억원)이 넘는 갑부였다. 그러던 그는 번 돈을 유흥비로 흥청망청 탕진하고 잇따른 결혼실패로 전처에게 돈을 모두 빼앗기면서 6년전에 거리로 나앉아 구걸로 생계를 유지하다 최근에서야 한 현지 언론사의 도움으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됐다. 초점 잃은 눈과 초췌한 표정의 린쥔옌은 힘겹게 요양원의 한 침상에 걸터앉은 뒤 "그때는 외출할 때나 식사할 때나 항상 격식을 차렸었지. 벤츠 자동차만 3대를 굴렸을 정도.."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한 개에 30만위안짜리 롤렉스시계를 8개나 갖고 있었다는 린쥔옌은 10여년전 문을 여는 약국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창춘 의약업계의 거물로 명성을 날렸었다. 그가 부랑자로 나앉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세 차례의 결혼이었다. 3명의 부인이 차례차례 그의 재산을 빼내 간 것이다. 죽마고우였던 첫 부인은 남편의 사업까지 도와주며 열심히 내조했으나 린쥔옌은 어느 정도 돈을 만지게되자 조강지처를 버린 채 바람을 피우며 고급 유흥업소에서 돈을 쓰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이혼서류를 내민 첫 부인은 수백만위안의 돈을 갖고 떠나버렸다. 이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린쥔옌은 한 호텔 종업원과 다시 결혼, 아들까지 낳았으나 5년만에 두번째 부인도 수백만위안의 재산을 갖고 집을 떠나버렸다. 세번째 결혼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이뤄졌다. 결혼수속 절차도 밟지 않은채 동거하며 아들까지 뒀던 그들의 관계도 지난 99년 8월 린쥔옌이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치면서 파경을 맞았다. 1년만에 퇴원한 그에게 남은 것은 세번째 부인이 방 한 칸이라도 얻으라고 남겨둔 수만위안 밖에 없었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다리와 손까지 불편해진 그는 사업을 재개할 수도 없었다. 불과 몇 달만에 방세도 내지 못한채 무일푼으로 전락한 그는 길거리에 나앉아 부랑자로 떠돌며 구걸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부랑자 생활 6년만에 요양원에 숙소를 마련한 린쥔옌은 지난 10여년이 일장춘몽인듯 침상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