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27일(현지시간) 불법이민 단속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로스앤젤레스와 주변지역에선 고교생들이 대거 참여한 반대시위가 벌어지는 등 수도 워싱턴과 디트로이트 등 주요 도시에서 미 의회의 반(反)이민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워싱턴에선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에서 참가한 한국계 성직자와 단체 대표들을 포함해 1천여명이 의사당 앞에서 한국의 북과 징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뒤 성직자 대표들은 의원들을 방문, 하원에서 통과된 불법이민단속강화법안에 대한 반대 로비 활동을 벌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미국 시민증 수여식 연설에서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므로, 이민자들이 미국의 정체성에 위협인 것처럼 말해선 안된다"고 의회의 반이민 기류를 경계하면서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과 멕시코 국경 경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자신의 이민법 개정안을 의회가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NBC-월스트리트저널 공동여론조사나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불법이민자들에게 임시로 합법 노동 자격을 부여하는 부시 대통령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은 점등 반이민 흐름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위 = 지난 수십년간 최대 규모인 50만명이 지난주말 반이민법 반대시위를 벌였던 로스앤젤레스와 주변지역에선 이날도 20여개 고교에서 주로 남미계 학생 1만4천명(AFP통신)-8천500명(AP)이 수업을 거부한 채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일부 학교에선 교문을 잠갔으나 학생들은 담을 뛰어넘어 학교밖으로 진출, "오늘 우리가 학교를 나가지 않으면,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중 절반은 학교를 나가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반이민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의사당 주변에선 약 1천명이 한국인 참가자가 치는 북과 징소리에 맞춰 "우리는 아메리카"라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고,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각 교파 성직자 100여명은 상원의원들을 찾아 "이민권은 기본인권"이라며 하원의 반이민법에 대한 반대를 요청했다. 이 시위에 한국 교민들은 뉴욕 70여명을 포함해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에서 모두 100여명이 참가했다. 시위자들 가운데 약 100명은 불법이민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누구든 처벌토록 한 하원의 반이민법안에 항의, 수갑을 찬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디트로이트에서도 주로 멕시코계 이민자 2천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였으며, 이 지역 한 시위주도 단체 관계자는 이를 "새로운 민권운동의 탄생"이라고 불렀다. ▲부시 연설 = 부시 대통령은 시민증 수여식 연설에서 "우리의 이민 전통이 미국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며 미국이 이민의 나라임을 역설함으로써 반이민 기류속의 외국인 혐오증을 경계했다. 그는 "전 세계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과 가족을 떠나 만난을 무릅쓰고 미국에 오려하는 것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이민자를 "환영하는 사회"라고 역설했다. ▲상원 심의 착수 = 상원 법사위는 하원의 불법이민단속법안 가운데 비상시를 제외하고 음식이나 쉼터, 의료, 상담 등을 제공, 불법이민자들을 도운 사람은 누구나 불법행위로 처벌토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개인이나 자선단체, 교회 등이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불법이민자들을지원한 경우 처벌을 면하게 된다. 법사위는 이와 함께 현 1만1천300명인 국경순찰요원을 앞으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2배로 늘리도록 했다. 하원 법안에 부시 대통령의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안을 포함시켜 심의할지 여부에 대해 공화당내에서도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어, 이날 자정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일단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은 빠진 채 하원 법안만 갖고 상원의 심의가 시작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