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필리핀 마닐라로 이민을 떠난 강모씨(57).현지 콘도를 구입,발생하는 임대료 110만원과 한국으로부터 송금되는 개인연금 150만원 등 월 평균 260만원의 수입으로 그곳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가정부 덕분에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아내와 한 달에 열 번가량 골프도 즐긴다.


실제 강씨가 따져본 생활비는 월 170만원 정도.강씨는 "한국에서는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월급쟁이였는데,여기에 와서 경제적 여유를 찾았다"고 전했다.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 달에 200만원만 가지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선 '귀족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10여년 전 일본에서 불었던 은퇴이민 바람이 한국에서도 시작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사전답사 등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돈도 잃고 외로움에 희망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상국가 사전답사는 기본


은퇴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해야 한다.


언어 문화 기후 물가 등 모든 환경이 우리나라와 다른 만큼 사전답사와 전문가 상담 등이 다른 무엇보다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설계의 경우 일반 은퇴자금 준비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부동산 처분을 염두에 두고 매도시기를 저울질하는 전략이 추가로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국내 부동산을 팔아 은퇴이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미 삼성생명 파이낸셜 컨설턴트는 "해외부동산에 대한 투자 제한이 대폭 완화된 지금,은퇴이민을 결정했으면 이민가려는 곳의 부동산에 미리 투자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경우 메트라이프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는 "은퇴이민의 경우 특히 연금설계에 철저해야 한다"면서 "평생 고정적으로 생활비를 탈 수 있도록 젊을 때부터 연금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내년'한국인 마을' 생길 듯


은퇴이민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외로움'과 '불안감'이다.


은퇴이민을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언어소통 문제와 적적함을 호소하고 있다.


동남아 등의 경우 치안문제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일본처럼 한국인 마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동남아 등 현지에선 활발하다고 여행사들은 전했다.


한국인 고급 주거타운을 만들면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의 걱정을 한 번에 덜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필리핀은퇴청 한국사무소의 홍정렬 차장은 "국내 K사 등 대형사를 비롯해 건설업체와 시행사 여러 곳이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다"면서 "내년께면 은퇴 이민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한국인 마을이 여러 곳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