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재무설계 A to Z] (6) 집 한채는 임종까지 상속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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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6년차인 김정수씨(64)는 올해 초 경기도 분당의 '보금자리'를 어쩔 수 없이 처분했다.
김씨는 그동안 퇴직금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지만 작년 말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분당의 아파트를 9억원에 처분하고 용인 수지에서 같은 평형대의 4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김씨는 그 차액 5억원을 금융상품에 예치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김씨처럼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은퇴 생활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파트 값이 싼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차액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상당수 은퇴자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생활비는 은퇴자산의 4~5%가 적당
김씨가 은퇴생활 6년 만에 집을 제외한 퇴직금 등을 다 쓰고 빈털터리가 된 것은 소비수준을 낮추지 못한 게 첫번째 이유다.
초기 1~2년 동안 해외여행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것도 한 몫 했다.
김준호 미래에셋생명 CFP는 "은퇴자 재무설계의 첫 출발은 소비패턴을 리모델링해 소비수준을 현직 때의 70% 밑으로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퇴 초기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 자칫 '불우한 말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은 매년 은퇴재산의 몇%를 인출하면 좋을까.
김준호 CFP는 "60세에 퇴직하고 80대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주거용주택을 제외한 은퇴자산(퇴직금 국민연금 개인연금 포함)의 매년 4~5%씩을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명이 더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사용금액을 더 줄여야 한다.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재산 유지에 급급하면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수명이 예상치 않게 늘어날 수 있어 비록 작은 규모라도 집 한 채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라고 권고한다.
2007년부터 국내에서도 역모기지론이 도입되면 집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시기 최대한 연장
이처럼 은퇴생활자의 재무설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저금리,고령화,조기퇴직 등이 한꺼번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퇴직이 일반화되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과거처럼 주먹구구식 재무설계로는 행복한 노후는 불가능하다.
가령 50세에 퇴직하고 85세에 사망한다고 하면 은퇴재산으로 무려 35년간 버텨야 한다.
때문에 은퇴 후 동업자를 모아 사업 또는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십중팔구 실패하게 마련이다.
AIG생명의 권대홍 CFP는 "은퇴 후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은퇴재산을 까먹는 지름길"이라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황혼 직업'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제활동의 시기를 최대한 연장하라는 것이다.
전문직이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파트타임으로,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눈 높이를 낮춰 '푼돈'이라도 벌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2~3년치 생활비는 현금자산 보유
은퇴재산을 운용할 때는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연리 4%짜리 은행예금에 몽땅 넣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리스크가 가장 큰 주식투자 비중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은퇴자산 운용의 관건"이라며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만큼 주식비중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나이가 60대,또는 70대라면 주식투자 비중을 40%,30%로 유지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적정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질병 등 유사시에 대비해 현금 또는 유동성 자산으로 생활비의 2~3년치를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