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론스타는 왜 국민은행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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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왜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으로 넘겼을까.
인수자격과 가격 등에서 하나금융이 국민은행에 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론스타의 최종 결정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금융계는 인수가격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그리고 금융당국의 '입김'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했다.
사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인수가격 면에서는 싱가포르의 DBS가 가장 높은 액수를 써냈다.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측도 DBS쪽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하지만 DBS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대주주 자격을 문제삼고 나섬에 따라 인수전에서 중도 탈락했다.
국민과 하나 중에서 어느 쪽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수의지가 더욱 강했던 하나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관측에 대해 국민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은행 관계자는 "론스타 입장에서는 가격과 대금지급 조건에서 국민은행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주당 1만5000원대 안팎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며 전액 현금으로 곧바로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가격과 조건은 국민은행에 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론스타가 국민은행을 선택한 데는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선협상자 선정을 코앞에 둔 지난 21일 금감위가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국민은행의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됐던 독과점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줌으로써 국민은행에 힘을 실어줬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론스타로선 금융당국의 의중을 전혀 무시하지 못할 처지"라며 "국내에서도 초대형 은행의 탄생을 바라고 있는 정부 의지가 어떤 형태로든 론스타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당국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 '관치금융' 시비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는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감위가 "현행법상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두고 봐야 한다.
국민은행이 무리 없이 외환은행을 흡수통합할 수 있을지도 시험대에 올랐다.
하나금융과 DBS는 외환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듀얼브랜드 체제로 유지하겠다고 제시했지만 국민은행은 인수 후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국민은행의 인수를 가장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계는 2001년 말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 후 1~2년간 심각한 내부분열을 겪는 등 체력을 소모한 것을 떠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 수차례에 걸친 합병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살리면 순조롭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화합적 통합을 할 수 있도록 인수 후 1년여 동안은 독자경영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힐 예정이다.
장진모·유병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