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B 전쟁] (2) 금융강자의 첨단 PB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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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인 프랑스 파리 2구 오페라극장 앞.맞은편 6층짜리 석조건물은 1796년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결혼식을 올린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은 프랑스 프라이빗 뱅킹 시장 1위인 BNP파리바의 본사.건물 3층의 VIP 고객 전용 식당.1급 요리사의 프랑스 요리와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이 어우러지면 일류 호텔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방 옆 와인 창고도 있다.
버틀란드 파사주 BNP파리바 웰쓰매니지먼트 총괄이사는 "고객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듯 와인 취향도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와인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했다.
미각이 발달한 파리 부유층을 위한 세심한 배려다.
파사주 이사는 "고객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키워 주는 자산관리(asset management)가 PB의 키워드이지만 이것으로는 2%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잘 유지하려면 법률 세무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고객 소유의 지중해 별장 관리,지방의 옛 성곽 매매 알선,오페라·음악회 초대,다이아몬드 구매 알선 등….
BNP파리바에 이어 글로벌 PB 랭킹 12위인 도이체방크는 세계 최정상의 연주 역량을 자랑하는 사이먼 래틀 경의 베를린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에 정기적으로 PB 고객들을 초청해 큰 호응을 얻었다.
UBS의 '아트뱅킹(art banking)'은 자타가 공인하는 첨단 PB 서비스의 백미다.
은행 내 예술품 투자 전문가를 배치해 고객들이 작품을 살 때 리서치부터 작품의 보관,보험,운송,전시회 출품 알선,그리고 감정,매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대행해준다.
미술품 상속을 위한 법률 상담과 담보 대출에 이르기까지 '돈과 예술'을 조화롭게 매치시키는 노하우에 다른 금융회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토머스 그라프 UBS 아·태지역 마케팅 이사는 "좋은 작품을 매입해 소장한 뒤 나중에 팔아 차익을 올리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며 "아트 뱅킹은 UBS가 제공하는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글로벌 PB 강자들이 비(非) 금융부문에까지 최첨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은 단순한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삶의 파트너로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대(代)를 이어 고객을 유지·관리할 수 있다.
우리 옛말에 '부자 3대(代) 못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유럽의 부자들,특히 귀족의 후예들은 4~5대는 기본이다.
6~7대를 내려오면서 부를 더욱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차이는 뭘까.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순수 프라이빗 뱅크인 LODH의 필립 고든레녹스 수석 부사장은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면 대를 이어 부의 명맥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은행들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 데는 PB 영업으로 자산을 확대하고 자본력을 키워온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PB 분야 세계 1,4위인 UBS와 CS(크레디스위스)는 금융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세계 6,7위에 랭크돼 있다(블룸버그 2005년).기업 인수·합병(M&A),유가증권 발행 인수 등 IB 업무를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부자 고객의 돈을 관리해주는 PB를 통해 이런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UBS의 토머스 그라프 이사는 "기업가 또는 금융자산 3000만달러(300억원) 이상의 초부유층(UHNWI:Ultra High Net Worlth Individual) 고객이 늘어나면서 최근 들어 PB와 IB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BNP파리바 등 IB 분야의 강자들이 PB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 PB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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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정해원 신한은행 잠실PB센터 팀장
박용권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