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지난 주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차 노조의 임금동결과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노조 규탄집회를 가졌다. 근로자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마련인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노조 규탄집회를 연 것은 대단히 이례(異例)적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중도적 이념을 표방(標榜)하는 시민단체인 선진화정책운동(공동대표 서경석 목사)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현대차 노조는 코앞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멀리 바라보는 이기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몇 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등 생산성(生産性)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산성을 훨씬 웃도는 임금인상이 계속될 경우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이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것은 물론 나라 경제마저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현대차가 처해 있는 경영여건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분(持分) 평가익 등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최근 몇 년간 본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은 급격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 고유가 압박 등이 겹치면서 앞으로의 영업환경은 한층 악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는 수출비중과 부품국산화율이 높은 탓에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가 커 원화가치가 달러당 10원만 올라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현대차가 얼마전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진이 모두 임금을 동결키로 선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6000만원을 넘어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면서도 회사측의 이런 노력은 아직도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앞다퉈 감량경영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현대차 노조는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얼마나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으면 시민단체까지 나섰겠는가. 이런 여론을 또다시 무시하고 계속 내 고집만 세운다면 노동운동의 앞 길이 어떠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존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