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인가.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또 한 번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7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 최종전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1-2로 예상밖의 패배를 당함에 따라 탈락이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던 일본이 '어부지리'로 4강에 올랐다. 일본은 미국 멕시코와 나란히 1승2패를 기록했지만 이닝당 평균실점(0.2830)이 가장 적어 4강 티켓을 손에 쥐는 행운을 얻었다. 한·일 두 나라가 이번 대회에서 맞붙는 것은 도쿄돔에서 치른 아시아라운드와 애너하임 2라운드에 이어 세 번째다. 주최측인 WBC조직위원회가 미국의 결승 진출이 용이하도록 변칙 대진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9일 낮12시 박찬호의 홈구장인 샌디에이고 페코파크에서 벌어지는 세 번째 한-일전은 앞서 열린 두 번의 대결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그동안 한국이 '쫓는 자'의 입장이었지만 이번 준결승전은 벼랑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일본이 오히려 부담 없는 경기다. 특히 두 번이나 일본을 꺾었던 한국은 '이기면 본전,지면 망신'인 경기를 치르게 됐다. 김인식 감독은 전날 2라운드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고 난 뒤 "아직도 일본에 배울 점이 많다"고 겸손해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양국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선수단의 승부욕과 정신력에서 희비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당일 선발투수로 한국은 서재응(LA 다저스),일본은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투입할 가능성이 높지만,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양팀은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한편 한.일전을 응원하기 위한 대규모 응원 행사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다. 서울시는 "문화방송이 19일 일본과의 준결승 당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 행사를 열겠다며 사용 허가를 요청해 왔다"면서 "최근 새로 심은 잔디의 보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번 경기가 전 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잠실구장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진다. 두산과 LG 야구단은 19일 오전 10시부터 야구 팬들이 응원전을 펼칠 수 있도록 잠실구장을 무료 개방하기로 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SK 야구단이 인천시와 함께 단체응원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입장 관중 전원에게 응원 타월 등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