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늘 혁신을 꿈꾼다. 환경이 변하면 조직이 변하고 전략도 변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하지 않으면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환경 변화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기업이 대응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기도 한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자주 이론을 찾는다. 이론은 늘 현실에 뿌리를 두고 현실을 지향한다. 이론은 어수선한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고 방향을 잡아주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Only 1 신시장의 개척자들'(김남국 지음,무한)은 가치혁신 이론을 통해 국내 비즈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올린 혁신가들의 성공 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이다. '비타 500'의 산파역인 광동제약 김현식 전무,웅진코웨이 윤석금 회장,'어머나'로 트로트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장윤정을 발굴한 홍익선 인우프로덕션 사장 등 10명의 개척자들을 집중 추적했다. 많은 성공 사례집은 성공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성공에는 워낙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스토리를 다루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 책도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성공 사례집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이 무게를 두는 부분은 성공을 낳은 원인,성공을 가져온 전략에 대한 분석이다. 가치혁신이란 렌즈를 통해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치밀하게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10명의 개척자들은 각기 다른 사업분야와 환경에서 성공했지만 8가지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선 버릴 줄 알았다. 자질구레한 것들은 포기하고 과감한 전략적 선택을 할 줄 알았다. 현재의 고객보다는 미래의 고객,잠재 고객 발굴에 더욱 열성적이었다. 현재 고객은 아니지만 미래의 거대 고객군을 찾아내는 것이 신시장 창출의 요체라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위기를 혁신의 동인으로 삼은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특별히 위기라고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발적으로 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위기와 기회는 결국 '이음동의어'일 뿐이다. 개척자들의 공통점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넘버원보다는 온리원(only 1)이 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전대미문의 시장을 개척한 이들에게 '유일한 기업'이 되려는 꿈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앞이 너무나 잘 보이는 편안한 길을 놔두고 수풀을 헤치며 나가는 것이 쉬웠을리 없다. 주위의 만류도 극심했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긍정의 힘을 종교처럼 믿었다. 혁신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전략적으로 옳은 방향을 정했고 끈기를 갖고 이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남들과 다르기를 원하고 작은 차이를 만들어낼 줄 알면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신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92쪽,1만원.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