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이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용태영 KBS 특파원을 포함한 외국인 다수를 납치한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예리코 교도소를 습격해 아흐메드 사다트 사무총장 등 PFLP 지도자 6명의 신병을 무력으로 인수해간 데 대한 항의 표시다. PFLP는 지금까지 이스라엘 정부나 한국 정부에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인을 납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이스라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밤 용 특파원이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 정부를 통한 PFLP와의 교섭에 착수했다.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마영삼 주이스라엘 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용 특파원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무장단체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하고 "팔레스타인 정부와 무장단체 간에 협상이 진행 중이며 한국대사관도 협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출장 중인 아르헨티나에서 알 키드와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외교부는 한국과 팔레스타인 간 관계가 좋고 PFLP가 과거 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한 테러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와는 성격이 다른 만큼 조기 석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알카에다 노선의 왈 지하드는 외국 군대의 이라크 철수를 요구하며 무자비한 살해 행위를 자행했으나 PFLP는 외국인에게 위해를 가한 적이 없는 단체다. 또 당시에는 협상 통로가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지금은 팔레스타인 정부를 통해 PFLP와 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PFLP가 현재 팔레스타인 정권을 잡은 강경세력 하마스보다 더 강경 노선을 표방한다는 점,이스라엘 정부가 납치범들의 궁극적 요구사항인 PFLP 지도자 석방에 응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교섭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 상황으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으나 단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