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양규 교수팀이 3㎚ 크기의 세계 최소 소자를 개발함으로써 실리콘 반도체로도 일명 '무어의 법칙'을 20년 이상 지속시킬 수 있게 됐다.


실리콘 소재로는 만들기 어렵다고 여겨져 온 5㎚ 이하 크기의 고집적 소자 제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소자를 이용하면 현재보다 25배나 빠른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다.


무어의 법칙은 '18개월마다 마이크로 칩의 집적도가 2배 증가한다'는 이론.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집적도를 빠르게 높여 나가야 하지만 실리콘 소재는 어느 순간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특히 실리콘 소재는 10㎚ 이하의 소자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5㎚ 이하의 소자에는 거의 활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리콘을 대체해 집적도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로 탄소나노튜브나 분자 소자 등이 중점 연구돼 왔다.


그러나 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는 아직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데다 실용화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이를 실제 제품화 하려면 막대한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실리콘 반도체는 오랜 실용화 역사를 통해 안정성과 기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불확실한 신소재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도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만으로 전자 소자의 집적도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따라서 앞으로 20년 후까지도 실리콘 소재를 이용,무어의 법칙에 따라 반도체 집적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반도체 내부의 게이트가 채널의 전면을 감싸고 있는 새로운 3차원 구조(핀펫·FinFET)로 돼 있다.


기존 최소 소자였던 일본 NEC의 2차원 4㎚급 소자가 굉장히 불안정한 데 반해 이번 소자는 상온에서도 우수한 반도체 기능을 보인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소자 개발에 적용한 핀펫 원천기술도 갖고 있다.


핀펫 기술은 반도체 소자 제조를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핀펫 기술을 연구,이에 대한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응용해 개발한 이번 소자에 대해서도 특허권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제품이 상용화할 경우 상당한 기술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 소자는 테라급 반도체에 적용돼 휴대인터넷,입는 컴퓨터 등 차세대 정보처리 기기의 필수 부품으로 쓰일 것"이라며 "차세대 나노 집적회로의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 교수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4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