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도 어엿한 주력 계열사."


항공회사로 잘 알려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석유화학,유통공룡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건설사로 유명한 대림산업의 석유화학부문 등 그동안 그룹 주력 계열사의 강한 이미지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던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최근 들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음지에서 묵묵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아왔던 이들 계열사가 그룹 성장의 중심축으로 발돋움하면서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특히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 등 오너 2∼3세 경영인들이 석유화학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석유화학계열사들의 '전성기'가 열리는 분위기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부상한 금호석유화학.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일 그룹 기업설명회에서 금호산업(레저·물류)과 금호석유화학(제조)의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지분 41.70%도 보유,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맏형 노릇을 맡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이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된 건 3대째 형제간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오너 일가가 이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갖고 있기 때문.외환위기 이전까진 금호타이어가 이 역할을 했지만 구조조정 과정(군인공제회에 매각 후 재매입)에서 자연스럽게 우량기업인 금호석유화학으로 중심축이 옮겨졌다.


특히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4남인 박찬구 부회장이 지난 84년 부사장 시절부터 석유화학 외길을 걸어오며 금호석유화학을 국내 합성고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키워냈다.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도 무서운 속도로 수직계열화와 글로벌화를 이루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현대석유화학,2004년 KP케미칼을 잇따라 인수하며 국내 석유화학 '빅3'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동 카타르에 석유화학 단지를 설립키로 하는 등 글로벌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또 사우디 아람코가 대주주인 국내 3위 정유사 에쓰오일의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설도 나오면서 국내 에너지·화학업계에 '롯데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호남석유화학은 특히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신동빈 부회장(신격호 롯데 회장의 차남)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확장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본에서 화학 사업으로 롯데를 일으켰던 신 회장도 석유화학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 호남석유화학은 백화점 등 유통사업 못지 않은 그룹 내 주력사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건설업체의 이미지가 강한 대림산업도 여천NCC 등 합작사까지 포함하면 석유화학부문의 매출이 4조7200억원에 달한다.


건설부문과 함께 그룹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여천NCC(에틸렌) 폴리미래(폴리프로필렌) KRCC(레진) 등 합작사만 3개다.


최근에는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셸과 함께 인천 송도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경기도 양주 고읍지구의 구역형 집단에너지(CES) 사업을 시작하는 등 에너지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이준용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사장이 지난해 승진하며 유화 부문의 성장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특히 그동안 보수적인 경영을 해오던 석유화학사업부를 젊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