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이 기업 발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화되면서 새로운 기술혁신 활동을 통해 기업의 핵심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국 정부도 기업의 혁신 능력을 돕기 위해 여러 개혁과 신규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기술 혁신이야말로 기업 경영의 필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R&D 투자 증가가 기술 혁신의 관건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올해 연구개발 투자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올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는 것.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11월 2010년까지 4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3만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등 기술준비 경영을 추진,캐시 카우를 창출할 수 있는 세계 1위 제품을 현재 21개에서 50개로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글로벌화도 기술 혁신을 위해 기업들이 추진하는 전략 중 하나다. 해외 연구개발센터는 삼성전자가 11개,LG전자가 11개를 운영 중이며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디트로이트에 기술연구소를 완공함으로써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6개의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략적 기술제휴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와이브로 시장 확대를 위해 그동안 삼성의 경쟁자로 인식된 알카텔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 반도체도 미국 아날로직 테크측과 기술 제휴했다. 특허 경영도 기술 혁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허를 단순히 사업화를 위한 기술 보호 과정으로 보는 견해에서 벗어나 특허를 수익의 원천으로 보고 특허권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특허 경영을 통해 2007년까지 미국 특허 등록 기업 세계 톱3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도 글로벌 특허 경영으로 2010년까지 신기술과 원천기술,그리고 기술 표준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세계 3위의 특허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특허 전문인력 확보 및 특허출원 등록수를 늘려가고 있다. SK그룹은 직무발명 포상제를 마련,사업적 성과가 높은 팀을 대상으로 실제 이익 창출 등에 5%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 분야의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4월 밀라노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으며 미국 등 6개 거점에서 디자인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질적 발전이 이뤄져야 국내 기업들의 기술 혁신은 대기업이나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2004년도 기업 부문 연구개발비의 88%가 제조업에 집중돼 대기업 집중도는 79.1%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위 20대 기업에서 사용한 연구비가 전체 기업체 연구비의 54.1%로 2001년 49.8%에 비해 크게 높아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투자 격차 또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기협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 발전과 우수한 연구인력의 양성 확보를 통한 혁신 역량 강화가 기술 혁신의 선결 요건"이라면서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나 인력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투자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규모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정부도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기술 혁신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