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수출산업이 고유가, 원화 절상 등으로 위기에 놓였다며 내수와 외수의 동반 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연구원은 이날 '위기에 봉착한 수출산업' 보고서에서 "올해 역시 글로벌 경쟁 심화와 고유가, 환율 불안 등의 대외 여건 악화가 예상된다"며 "내수 부문의 자체 복원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내.외수의 동반 침체에 따른 전체 경기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한국은행 등의 통계를 인용, 국내 수출산업이 현재 수출 실익 감소와 물량 성장의 한계를 동시에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단가 증가율이 수출단가 증가율을 웃돌면서 교역조건 변화를 고려한 실질무역 손실(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력 감소) 규모는 지난 2001년 7조4천억원(실질GDP의 1.2%)에서 작년에는 46조7천억원(6.5%)로 급증했다. 반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04년 293억달러에서 2005년 232억달러로 줄었고 특히 올해 1~2월 10억4천만달러 흑자는 작년동기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는 '수출기업'의 지난해 1.4~3.4분기 매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0.5%로, 내수 기업의 8.8%에 크게 못 미쳤다. 이처럼 수출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절상에 따른 손실을 제대로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내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2000년 3.31%에서 2.62%로 낮아진 반면, 중국의 경우 9.22%에서 14.57%로 급등했다. 수출 제조업의 매출 가운데 재료비의 비중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20002년 49%대에서 2003년 이후 53%대까지 높아진 상태다. 또 2002년 이후 원화 가치의 지속적 상승에도 불구, 수출기업들이 계속 '시장 지향적 가격 설정' 전략을 펼친 결과 지난해 수출기업들의 수출 가격에 대한 환율 전가율(PT율)은 38.1%에 불과했다. 환율 전가율은 환율 변동을 현지 판매가격에 모두 반영할 경우 100%로 집계된다. 연구원은 이 같은 '수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세제를 포함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서비스업 등 내수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기적으로는 수출 둔화에 대비해 내수 회복력을 키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소비 및 투자 등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는 증세 정책 유보, 환경부담금 등 준조세 축소 등이 거론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