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월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8차 장관급회담을 4월로 연기한다고 남측에 통보했다. 북한이 지목한 연기 이유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 한미 양측은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연습에는 미국 본토와 하와이,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3천여명과 주한미군 1만7천여명 등 2만여명의 병력과 키티호크 항공모함, 스트라이커부대 등이 참가한다. 권호웅 북측 단장은 전화통지문에서 "적대적인 전쟁연습과 평화적인 대화는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족을 적대시하면서 외세와 함께 도발적인 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6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RSOI와 독수리(FE)훈련,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 등이 '북침전쟁연습'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남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기 요청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회담을 연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북한 외무성은 작년 8월에도 UFL 연습을 이유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2단계 6자회담을 9월 중순으로 연기시켰다. 당시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쟁연습 기간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3월 열릴 예정이던 남북 철도.도로연결실무협의회와 임진강공동수해방지실무협의회가 4월초로 연기됐다. 당시 북한은 최영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북측 위원장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남측이 독수리합동군사연습과 연합전시증원연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회담을 개최할 수 없다"며 군사훈련이 끝난 뒤 4월초에 개성에서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이 같은 전례가 있어 통일부는 올해 초 국방부에 군사연습을 미룰 수 없는지를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3월로 예정된 장관급회담을 4월로 미뤘지만 회담 개최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압박으로 국제적 고립이 가중되는 가운데 남북관계를 포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전화통지문에 회담 개최시기를 4월로 못박은 만큼 과거와 마찬가지로 3월에 열리는 군사연습이 끝나면 북한도 자연스럽게 회담 테이블로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4월로 연기하자는 것인 만큼 장관급회담의 일정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남북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 열리면 북측에서 군사연습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