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입은 예선과 마찬가지로 전력분석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B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본선 진출을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력분석만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어느 팀이 올라와도 붙어볼 만 하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한국은 유승안, 김성한 등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과 김정준 SK 전력분석요원을 WBC 전력분석팀으로 가동, 대만과 예선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미국에서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과 이문한 삼성 스카우트 차장이 합류했다. 사상 최강의 '방패'를 구축했다는 미국이 9일(한국시간) 캐나다에 덜미가 잡힌 것은 분석의 중요함을 일깨워 준 좋은 본보기다. 캐나다 타선이 마운드를 무섭게 공략한 점도 승인 중 하나지만 메이저리그 강타자가 즐비한 미국 타선이 캐나다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리지 못한 게 더 큰 원인이었다. 캐나다 선발로 나선 애덤 로웬(볼티모어)은 빅리그 경험이 없는 마이너리그 투수이고 이어 나온 크리스 벡과 에릭 사이어, 스캇 매티슨(필라델피아) 등도 철저히 무명에 가까운 투수들이었다. 워낙 빅리그를 주름잡는 타자가 많다 보니 마이너리그 투수를 대면할 기회가 없었고 잘 모르다 보니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다행히 한국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생생한 체험이 전력 분석에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에서 벌어진 예선에서는 일본야구를 잘 아는 이승엽(요미우리) 이종범(전 주니치) 구대성(전 오릭스)등이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비롯, 서재응(LA 다저스), 김선우 김병현(이상 콜로라도) 봉중근(신시내티)과 구대성(한화) 등 투수들과 타자 최희섭(LA 다저스) 등 해외파 선수들은 각각 빅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상대했던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토종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일 끼칠 것으로 보인다. 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평가전에서 요즘 대표팀에서 한창 잘 맞고 있다는 이종범(기아)조차 "제대로 들어오는 볼이 하나도 없다"고 놀랄 만큼 미국프로야구 투수들의 변화구는 공끝 움직임과 각도가 변화무쌍하다.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본선리그의 상대가 정해지면 경기 전 선수들에게 상대 투수의 주무기, 상대 타자의 장단점 등을 상세히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오쓰카 아키노리(텍사스)를 제외하곤 자원이 빈약한 일본에 비해 한국은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정보취득에 있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력 분석팀의 노하우와 빅리거들의 원 포인트 레슨이 결합해 최고의 전력 평가를 낳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피오리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