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주주' 왜 문제인가 ‥ 거대 자본 동원 기업 장기투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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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운동(shareholder activism)이 '제왕적'(imperial) 이라는 이름까지 얻게된 것은 막대한 자금을 갖고 있는 기업 사냥꾼들이 기업 전체를 마치 제왕처럼 주무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 주주의 권익을 찾기 위한 움직임인 '주주 민주주의'(shareholder democracy) 운동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변질된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도 일반 주주들은 이사를 지명하거나 해고하기 어렵고 회사측이 내세운 이사 후보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주 권리라는 원칙과 달리 소액 주주의 요구를 외면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사회는 최고 경영층이 원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회사 운영은 소수의 최고 경영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왕적 CEO라는 말도 여기서 생겼다. 엔론 등 대형 기업들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최고 경영층의 비리가 드러났지만 이들의 보수는 계속 천문학적으로 늘기만 하면서 제왕적 CEO를 겨냥한 주주 민주주의 운동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됐다.
이에따라 주주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기 위한 소송이 급증했다. 현재 119개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이다.
일부 기업 사냥꾼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일반 주주들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해 기업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대부분 단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긴 안목으로 하는 장기 투자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KT&G를 공격 중인 칼 아이칸과 GM에 이사를 파견한 커크 커코리언 외에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했을 때도 비슷한 방법이 동원됐다. 유명 의류업체 토미 힐피거의 지분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 소우드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이 업체의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회사측에 부당한 요구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케이맨 제도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헤지펀드 트리안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는 웬디스에 압력을 행사해 계열사를 분리,주가를 높여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제왕적 주주들의 횡포 사례가 잇따르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주의 권익 확대라는 주주 민주주의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일부 투기적 자본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특히 헤지펀드들의 경우 단기적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큰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부양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UCLA의 스테판 베인브리지 교수는 "경영자는 기업 경영에 재량이 있어야 하며 특히 현대 기업 경영에서는 효율과 속도가 중요한데 제왕적 주주 운동은 여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