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까지 5일간 무려 1조28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10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동반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감이 완화되고 지수가 1300선을 바닥으로 지지선을 확보하자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관련 해외 펀드로 여전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대형 IT(정보기술) 관련주보다는 실적 전망이 뛰어난 중소형주 위주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탈(脫)한국 '일단 멈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302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5일 만의 '순매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동안 집중적으로 매도했던 IT주도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은 선진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가 제기된 지난 3일 이후 한국 시장에서 1조286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현대증권 전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1300선에 다가서자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주춤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당분간 공격적 매수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통화정책회의 결과도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는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감을 완화시킬 것"이라며 "엔화 강세(환율 하락) 움직임이 늦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증시의 환율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관련 해외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도 꾸준하다.


최근 1주일간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 유입액은 25억5300만달러에 이른다.


올해 연평균 순유입액이 26억5000만달러인 점과 비교하면 자금 유입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실적호전 중소형주 입질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며 실적 호전 중소형주에 관심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 매수 상위 종목도 주로 삼성엔지니어링 한미약품 쌍용양회 퍼시스 리바트 등 시가총액 1조원 안팎의 종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퍼시스의 경우 외국인들이 최근 10일 연속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28.56%에서 31.43%로 높였다.


이에 힘입어 조정장에서도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IT주 가운데서도 코리아써키트 다우기술 셀런 등 실적 개선폭이 큰 중소형주를 주로 사고 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팀장은 "블루칩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실적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실적호전주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