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헌 탈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홀리데이'에서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 역을 맡은 최민수는 악역의 카리스마를 연출하기 위해 10kg 정도 살을 빼고 꽁지머리에 금니까지 박아 넣었다고 한다.


꽁지머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머리를 뒤로 넘겨 하나로 묶는 이른바 '포니테일(pony tail)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말(馬)의 꼬리'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여자들의 경우 손질하기 쉬운 데다 소녀나 커리어우먼에게 고루 어울려 많이 애용되는 스타일이다.


영화 속의 꽁지머리는 이런 댕기머리가 아니라 쪽찐 머리다.


최민수식 표현에 의하면 '유관순식' 머리 스타일로,말꼬리보다는 토끼꼬리에 가까운 꽁지머리다.


남자들이 꽁지머리를 했을 경우에는 특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영국의 인터넷 사이트 브라일크림 스타일(Brylcreem Style)은 '직업에 따른 머리 스타일'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꽁지머리는 장거리 화물자동차 운전자나 택시운전자 혹은 DJ 등 그다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됐다고 한다.


물론 영국이란 다른 나라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꽁지머리를 한 남자라고 하면 사진작가,미용사,소설가,대중음악가 등이 먼저 생각난다.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한껏 발휘해야 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꽁지머리가 교도소 부소장의 머리 스타일로는 맞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빡빡 깎은 민머리나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가 강한 남성미를 표현하고 또 단체생활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기에 그럴 듯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최민수가 만들어낸 꽁지머리 김안석은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가를 괴롭히던 어떤 순사보다도 더 징그러워 보였다.


역시 이미지는 머리 스타일보다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최민수가 실감나게 연기했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