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로 금리가 어떤 경로를 거쳐 포기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통화정책 변경 경로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팽팽히 맞서 왔다. 하나는 일본은행을 중심으로 여건이 충족된 이상 일단 제로 금리부터 포기한 후 시중은행의 일본은행 당좌예금 잔액을 축소하자는 급진적인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이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정책의 조작 목표가 금리로 신속히 복귀될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 정치권의 반발이 컸었다.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먼저 당좌예금 잔액을 감축해 초과 지준(支準)을 해소한 후 제로 금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신중한 방안이다. 이 방안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적어 정치권이 선호하고 있지만 제로 금리를 포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어떤 방안을 추진하든 간에 제로 금리를 포기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어 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대부분 국제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 일본은행이 '당좌예금잔액 단계적 축소→초과지준 해소(제로금리 유지)→제로금리 포기' 등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일본은행이 이번에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해제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제로 금리를 포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즈노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현 시점에서는 2006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상반기 정책회의가 열릴 다음 달 10~11일보다는 오는 10월 열릴 하반기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예상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양적 금융완화 정책이란 일본은행이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을 직접 조절키로 한 정책으로 시중 자금량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금리 정책과 대비된다. 일본은행은 1999년 도입한 제로금리 정책으로도 디플레 탈출이 어려워지자 정책금리 조정을 통한 경기 부양을 포기하고 2001년 3월부터 양적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여유 자금 중 당좌예금 형태로 보유할 수 있는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이 당좌예금 잔액 목표치를 늘림으로써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을 직접 조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