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해찬 국무총리가 6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앞서 출국인사를 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다만 "순방기간 중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 간 면담은 오전 9시부터 약 10분간 이뤄졌다. 이 총리는 이 때문에 평소보다 약 1시간 늦은 오전 9시20분께 중앙청사로 출근했다. 다소 상기된 표정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이 총리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어떤 말씀을 하실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오전 10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 대신 "각자 맡은 현안을 충실히 챙겨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평소보다 30분가량 긴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골프회동의 부적절한 사유로 거론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리는 "철도노조 파업은 좀 무리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철도노조가 전반적으로 자체 내에서 여러 가지 구조조정도 하고 경영도 합리화하는 등 대타협하는 관계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오후에는 신임 서의택 행정중심도시건설추진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국무조정실의 한 간부는 "총리의 거취 문제는 방향이 잡힌 것이 없지 않냐"면서도 "회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총리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총리실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가 1989년 위궤양으로 위를 일부 자르는 수술을 받은 뒤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비서실 관계자도 "총리가 원래 혈압이 높은 데다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과 대정부질문 출석 등을 거치며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달 중순께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며칠간의 여론 동향을 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자체 여론조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