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융합은 '끼워팔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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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석좌교수 >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융합을 둘러싼 '끼워팔기' 논쟁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법정소송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일고 있다.
통신과 방송 융합과 맞물려 이 같은 논쟁은 향후 정보기술 컨버전스(Convergence)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사이버 세상은 빠르게 진화해 왔다.
정보화 사회,지식기반사회,지능사회를 거쳐 이제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비쿼터스 사회 진입을 위한 전초적인 기반 기술의 하나로 컨버전스가 크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컨버전스란 여러 기술의 융합 또는 통합을 말하며,일명 소비자를 위한 기술의 단순화라고 일컫는다.
IT 컨버전스는 미디어 컨버전스,디지털 컨버전스,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컨버전스 등으로 나뉜다.
언제 어디서나 TV 시청과 인터넷 전화까지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여러 가지 기능을 한 기기 내에 통합해 넣는 '임베디드(embedded)'는 IT업계 최대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임베디드 개념과는 원리가 다르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OS 소프트웨어의 컨버전스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여러가지 기능을 OS에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개발하여 융합시켰다는 표현만이 합당하다.
즉 새롭게 개발되는 추가 기능은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연속선상의 기술 창출로 보아야 한다.
그러한 기술 창출은 개발자뿐 아니라 결국은 더 나은 서비스를 바라는 소비자들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최근의 컨버전스는 IT 분야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IT BT CT가 융합되고 물리학 화학 의학 등 인접 학문이 결합되어 새로운 생명공학 분야를 탄생시키기도 하며 심지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분야까지도 융합시켜 신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도전의 시대가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술 융합 현상이 다양한 장애물에 봉착해 있는 듯 보인다.
특히 IT컨버전스와 관련,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정 분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정부 당국자들은 기술 융합에 대해 시장 점유율이란 단순 잣대만을 고집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제의 고유 기술이 오늘의 범용 기술이 되고 어제의 유가 자산이 오늘의 프리웨어(freeware)가 되는 등 제품 환경은 시대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기술 융합의 결과가 사용자 편익을 증진시키고 웰빙 사회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하며,많은 사용자들이 환영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일부 소수의 이익보다는 공공 이익 보호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한다.
기술 융합을 통해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대승적 공정성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