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노조가 4일 파업 돌입 나흘만에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업무에 일제히 복귀했다. 노조 지도부가 이날 파업을 중단하고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은 정부와 사측의 노조에 대한 압박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열차 파행 운행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은 국민의 비판 여론이 비등한 데 따른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으로 파행 운행됐던 열차 운행이 이르면 내주초부터 정상화돼 시민들의 불편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원 징계 수위에 대한 노사간 갈등 등의 파업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철도노조 파업으로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노정간 `사회적 교섭' 재개도 상당 기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철도노조 나흘만에 `백기투항' 철도노조 지도부가 파업 나흘만에 사실상 파업을 철회하고 백기투항에 나선 것은 정부와 사측이 종전과는 달리 노조원 연행, 대규모 징계 등의 `초강수'를 두며 노조를 전방위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 동안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노조의 파업 철회를 종용했다. 또 검찰과 경찰은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공권력 투입에 대한 우려로 산개 투쟁에 나선 노조원들을 전국 곳곳에서 현행범으로 연행하는 방법으로 철도노조의 파업 무력화에 나섰다. 사측도 `선복귀 후 협상' 방침을 고수하며 업무복귀를 거부한 노조원 2천244명을 무더기로 직위해제하면서 노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 철도노조가 공권력 투입을 우려해 산개 투쟁에 나선 뒤 지도부의 노조원에 대한 통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노조원들의 복귀율이 급상승한 것도 파업 조기 중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명분 약한 파업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열차 파행 운행에 따른 불편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된 점도 노조 지도부가 파업중단을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분규 `불씨' 남아…勞-政 갈등 심화 철도노조의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철도공사 노사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철도공사 노사는 당장 파업 기간 내려진 무더기 징계조치를 놓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는 파업 중단 선언 직후 "비록 현장으로 복귀하지만 투쟁을 멈춘 것은 아니다"며 "현장 투쟁에서도 징계 등 탄압이 계속되고 노조의 요구가 무시되면 전 조합이 함께 하는 재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징계 수위 등은 열차가 정상화된 이후 사규와 법률에 따라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하겠다"며 종전보다는 완화된 듯한 입장을 보였지만 노조와 협상에 들어가면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노정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현재 "정부의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은 노동계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구시대적인 직권중재로 철도노조원들을 불법파업으로 내몬 정부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노정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올해초 이상수 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 추진됐던 노사정간 `사회적 교섭' 재개도 상당 기간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