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두고 KT&G 현 경영진에 대한 냉기류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 경영진의 무능이 부각되면서 등을 돌리려는 기관투자가들도 생기고 있다. 일각에선 인수·합병(M&A)에 대한 위기감보다 '경영진의 변화가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외국계 펀드 표심 '흔들' 우선 외국 투자자들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 KT&G는 곽영균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해외 투자자 설득을 위해 강행군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뚜렷한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한 지 보름여가 됐지만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프랭클린 펀드의 경영진과는 아직까지 접촉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ISS(기관투자가 서비스)의 권고안은 외국인 지분율이 60%가 넘는 KT&G측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ISS는 타임워너와 아이칸의 분쟁 당시에도 아이칸측에 유리한 권고안을 내놨었고 결국 타임워너가 아이칸의 요구 일부를 수용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아이칸측의 이사 선임이 주가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 "일방적 지지 없다" 국내 상황도 낙관적이진 않다. 우선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예전 SK-소버린 분쟁 당시 일방적으로 최태원 회장 편을 들었던 것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0.25%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투신운용이 KT&G 경영진 편에 설 것임을 선언했지만 다른 곳은 아직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다. 주총 1주일 전인 10일까지 입장을 밝히면 되기 때문에 막판까지 눈치 작전을 펼치는 부류가 대부분이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애국심에만 근거해 의사 결정을 할 수는 없다"며 "KT&G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운용사들의 의사 결정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의 적극적인 전략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운용사 본부장은 "KT&G측으로부터 아직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하는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경영진이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광엽·고경봉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