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소재를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겠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은 '5년 뒤에 제일모직이 어떤 회사로 변해있을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구체적인 개념이 와닿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 휴대폰에서 보듯 요즘 휴대폰 업체들끼리 슬림화 경쟁이 한창입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한의 기능을 집어 넣는 고집적화가 필수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삼성전자에 딱딱한 하드기판대신 유연한 플렉서블 기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죠.이렇게 세트메이커에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메가트렌드를 읽어 기술을 선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바로 제일모직이 말하는 디자인의 개념입니다." 제일모직은 자체적으로 컬러연구실도 만들었다. 최근 히트를 치고 있는 블랙폰 화이트폰 등의 유행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제 사장은 "삼성전자의 히트상품인 블루블랙폰의 외장 플라스틱은 모두 제일모직이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사장은 또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다는 게 제일모직이 다른 전자재료 업체와 다른 점이며 첨단소재를 디자인하는 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욕구와 시장의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재료부문과는 조금 다르지만 패션부문에서도 디자인은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제 사장은 "빈폴 갤럭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통하는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밀라노 뉴욕 등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들을 현지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인간이 만든 창조물 중 가장 위대한 작업이 디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삶,즉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회사가 바로 제일모직이 꿈꾸는 회사입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