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거래 규제 대폭 완화‥50만弗 이하 수출대금 국내송금 안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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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에 부담을 줄 정도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하락으로 겁에 질린 정부가 달러 유출 촉진을 위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을 서둘러 쏟아냈다.
지난 1월 '기러기아빠' 등의 해외 주택구입용 송금 한도를 종전 50만달러(약 5억원)에서 100만달러로 확대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도를 없애는 추가 규제 완화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이번엔 기업들이 50만달러 이하 수출대금은 해외에서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과감한' 조치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일부 조치는 불법·편법 외환유출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규제 과감히 없애 달러 유출 촉진
재경부의 이번 '외환거래 규제완화'는 달러 유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에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 달러당 960∼970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하락 압력을 줄이겠다는 '고육책'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연 평균 250억달러 내외의 외화가 초과 공급돼 달러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에 따라 달러가 밖으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실수요 해외 주택구입을 사실상 전면 자유화하고,기업의 수출대금(50만달러 이하) 등 대외채권 회수의무를 없앴다.
해외 골프장 회원권 구입과 예금 등을 위한 송금 때 국세청에 통보하는 기준 금액도 올렸다.
이 밖에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한도(현행 1000만달러)를 폐지하고,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펀드의 해외 펀드 투자제한을 완화했다.
◆달러 수급안정에는 '역부족'
그러나 이번 조치로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이 얼마나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규제완화로 달러 유출액이 크게 늘 것으로 장담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기러기아빠 등의 해외 주택구입 송금한도 폐지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도 100만달러(약 10억원)까지 송금할 수 있지만 실제 평균 송금실적(지난 1월~2월15일)은 건당 36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그친다.
또 해외 주택구입 규제가 완화된 작년 7월부터 지난 2월15일까지의 실적도 총 55건,1900만달러(약 19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인들로 하여금 달러를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원화자금을 조달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규제완화 조치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국내 금리가 여전히 높아 외국인들의 국내 차입이나 펀딩 수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 초 외국인이 국내 금융회사에서 10억원 이상의 원화를 차입할 때 한은 허가를 받도록 돼 있던 것을 신고로 완화했지만 지난 두 달간 원화차입은 한 건도 없었다.
◆편법 외화유출 등 부작용 우려
오히려 외환규제 완화가 정상적인 해외 투자보다는 불법·편법 외화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기업들이 건당 50만달러 이하의 수출대금은 해외에서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자칫 기업의 불법 해외 부동산 취득을 부추길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건당 50만달러 이하의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56.3%에 달할 정도로 많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기업들의 불법 해외 부동산 취득은 관세청 등이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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