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일본의 소니는 네덜란드에 수출했던 1억6000만달러어치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전량 반품당했다.


네덜란드 국내법이 금지한 환경 유해물질이 부품에 들어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유사한 일이 당장 올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들에도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다.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부터 납 수은 카드뮴 등 6대 중금속 사용 제품의 반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오래 전부터 천명해 둔 상태이지만 정보력이 취약한 영세 수출기업들의 대비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 강원도 원주에 자리잡은 마그네슘 합금 소재 전문업체인 에치엠케이의 박성민 공장장(왼쪽)과 직원들이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EU의 환경 규제는 자동차 전기 전자 등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들에 집중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대기업이나 규모가 있는 중견 기업들은 어느 정도 준비 태세를 갖췄지만 중소기업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EU의 환경 규제는 내년 이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의 제품은 EU의 '전기전자제품 폐기 지침(WEEE)'에 따라 부품 재활용률을 80% 이상 유지해야 하고 수명이 다한 자동차의 회수와 재활용도 제조업자(수출업자)가 책임 져야 한다.


바야흐로 '환경 경영'을 경시하고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라고 설명하지만 개별 기업들 입장에선 생산 시설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산업자원부 청정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 유해 물질인 카드뮴을 제거하는 접합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세기브라콤은 '준비된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 김영수 사장은 "유럽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라이트 등 전기 부품에 들어가는 중금속을 제거하는 기술을 국산화했다"며 "카드뮴을 사용하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을 80%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에치엠케이는 작은 규모이지만 환경 친화적인 제품 개발에 선도적이고 도전적으로 나선 케이스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나 전자 제품 등에서 폐기물로 나온 마그네슘을 불순물이 제거된 인고트(덩어리) 상태로 재처리,자동차나 전자업체에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마그네슘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에 비해 중량이 가벼우면서 탄성이나 강도는 뛰어나 자동차 시트용 구조물이나 핸들,노트북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자파 차단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치엠케이의 박성민 이사는 "지난해 2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생산설비 확충을 발판으로 32억원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앞으로 미국 등에 대한 수출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고 있는 서진캠 역시 자동차의 척추 역할을 하는 동력전달 캠축 소재를 초경량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값비싼 로열티를 아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철제 제품들에 비해 무게를 50% 정도 줄일 수 있어 기후변화협약과 각종 자동차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용이하다는 지적이다.


서진캠은 이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공정 분석 등 후속 개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원주·평택=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