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로 불리는 공작기계의 산업 수준은 한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이 국가별 공작기계 생산 및 수출 순위에서 항상 선두권에 포진한 점은 이들 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조혁신에서도 공작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가 나서 '똑똑한 기계 만들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체들의 미래도 얼마나 '똑똑한 기계'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24일 경남 창원 두산인프라코어 공장 내 복합가공기술센터.'MX2500'이란 이름의 복합 다기능가공기에선 뾰족한 공구가 소리 없이 움직이며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임펠러를 시험 생산하고 있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사람이 할 수 있겠어요? 이 기계의 품질이 곧 제조업체의 경쟁력입니다."(김성락 공기자동화BG 생산담당 상무) 이 복합가공기는 세계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일본의 마작,모리세이키 등 3개사만이 생산하고 있다. 대당 3억원짜리로 최대 9개의 복합축을 통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다양한 형태의 미세 복합 부품을 손쉽게 만들어낸다. 최근 이 기계를 도입한 ㈜성용프레시젼의 이한흥 사장은 "과거에는 서너대의 기계로 가공하던 것을 지금은 한 기계에서 한 번의 세팅으로 일괄작업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창원공장 연구동에서는 한 단계 더 '똑똑한' 초정밀가공기와 초고속가공기가 상업생산을 위한 각종 시험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인공위성용 반사경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초정밀 가공기는 5나노m(1나노m=10억분의 1m) 수준의 표면 거칠기로 공작물을 가공할 수 있다. 즉 1백만의 5mm 수준인 이 정밀도는 기존 공작기계의 1000배 수준으로 거울보다 더 선명하게 사물을 반사하는 제품을 깎아낸다. 공작물 이송속도(공작물이 움직이는 속도)가 최대 분당 120m에 이르는 초고속가공기도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동시에 고정밀 복합형상을 가공하는 데 필수적인 공작기계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형 연구개발팀 부장은 "독일 제품보다 공구의 가감속도가 훨씬 뛰어나다"면서 "주축의 회전수가 분당 5만회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고 설명했다. 똑똑한 공작기계는 제조혁신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별 공작기계의 품질 만큼이나 여러개의 공작기계를 유기적으로 제어,제조업체가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도 주목할 때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자원부 두산인프라코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공동 개발 중인 다계통 공작기계용 컨트롤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1개의 컨트롤러(제어기)로 1대의 공작기계를 제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다계통 컨트롤러는 하나의 컨트롤러로 2∼3대의 복잡한 공작기계를 제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20여개 축으로 이뤄진 기계 장비까지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김태형 팀장은 "공작기계 제어 기술은 궁극적으로 연구개발과 핵심부품 업체만 국내에 남기면서 해외 생산라인을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