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도요타자동차는 20~30년 후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을 갖고 찾아간 도요타자동차 도쿄 본사에는 마스다 기요시 환경담당 이사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라고 말을 꺼냈다. "석유 자원은 어차피 한계가 있는 데다 교토의정서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 등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빨리 환경을 고민하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전 세계 기업들이 따라 배우고 싶어하는 '도요타 웨이(도요타식 생산방식)'를 알리는 데 소극적인 것과 달리 환경 경영을 소개하는 데는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1992년 '도요타 지구환경헌장'을 만들어 환경 경영 의지를 안팎에 천명했다. 98년부터는 매년 환경 경영의 성과를 자체 평가한 '환경&사회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심지어 임직원들의 명함에는 모두 녹색 나뭇잎 모양의 자동차와 '에코(환경)-도요타'라는 문구를 새겨넣도록 하고 있다. 물론 마스다 이사의 명함도 그랬다. 도요타는 CO₂배출량 감축에선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마스다 이사의 설명.그는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총량은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자동차 대당 CO₂배출량은 2001~2004년 중 15%가량 낮아졌다"고 밝혔다. 친환경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스다 이사는 하이브리드카의 판매 전망과 관련해선 "97년 처음 시판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50만대가량을 팔았다"며 "2010년쯤에는 연 100만대 판매가 가능하고 2020~2030년에는 시장의 주력 제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대표 모델인 '프리우스'는 친환경 자동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현재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64%(2004년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의 환경을 위한 준비 경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가 휘발유와 연료전지를 함께 써 움직이는 것에 비해 도요타는 이미 연료전지만으로 움직이는 차를 모색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1년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법인을 세우고 수만평의 고구마 농장을 샀다. 이유는 바로 고구마가 어떤 자원보다 순도 높은 천연 수소를 뽑아낼 수 있는 원료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석유가 가장 경제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석유 자원이 고갈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도요타는 이때를 대비해 벌써부터 양질의 고구마 농장과 가공시설을 확보하고 연구에 들어간 것이다. 마스다 이사는 "수소연료만으로 움직이는 차량이 지금은 실험 단계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며 "에코카 시대가 갑자기 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