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이런 몸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나이 든 갱년기라 그런지 운동을 해도 자고 일어나면 풍선처럼 근육이 빠져버려요." 베테랑 배우 이재룡이지만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쑥스런 표정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불멸의 이순신'에서 근엄한 유성룡 대감을 연기한 그가 온몸에 문신을 두르고 껄렁한 행동을 하는 건달 역을 연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룡은 3월1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하는 수목드라마 '굿바이, 솔로'(극본 노희경, 연출 기민수ㆍ황인혁)에서 뒷골목 건달 강호철 역을 맡았다. 한때 큰 '구역'에서 호령을 했지만 이제는 큰 싸움판을 떠나 작은 구역을 맡은 인물이다. 건달 연기를 위해 여러 가지로 공을 들였다. 살을 뺐고, 정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선보이려고 많은 고민도 했다. "두 달 동안 8㎏을 뺐죠. 술을 끊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어요. 특히 캐릭터의 경우 '깡패'라고 해서 항상 무섭고 폼을 잡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화끈하게 싸우다가도 여자와 있을 때는 장난도 치는 등 조금 더 살아 있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촬영 때 그를 괴롭히는 것 중의 하나는 문신이다. 옷을 벗는 신을 찍을 때마다 4시간 동안 용, 코스모스 등 온몸에 문신을 그려넣어야 한다. "강호철이 몸에 문신을 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 그를 보고 무서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죠. 어렸을 때 그는 힘이 없었고 강한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과거의 아픔이 현재의 그를 만든 셈입니다." 이런 그는 우연히 그의 품에 달려든 최미리(김민희)와 애인관계가 된다. "평소에 워낙 김민희를 잘 알고 있어요. 와이프(유호정)를 통해 만난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아요." 한편 그는 입양을 고려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들과 딸 등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한 명 더 낳고 싶었는데 아내가 반대해서 입양을 고려했다"며 "그런데 이미 딸이 있는 상황에서 또 딸을 입양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들을 입양하면 혹시나 나중에 분란이 생길까봐 그마저도 포기했다"며 "대신 다른 방식의 좋은 일을 하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노희경 작가의 2000년작 '바보 같은 사랑'에 출연할 때의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당시 최고 인기 드라마인 '허준'과 맞붙어서 1.7%의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에 촬영하면서 늘 행복했지요. 이번에도 '좋은 작품'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