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의 KT&G '공개 매수' 제안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공식화한 것인가,아니면 공개 매수를 앞세워 경영진을 압박하는 고도의 협박 전술인가. 아이칸이 KT&G에 공개 매수를 전격 제안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만약 M&A가 본래 목적이라면 KT&G 현 경영진과 경영권을 놓고 정면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아이칸이 공개매수 제안서에서 밝힌 구체적인 내용 △과거 행적 △KT&G 다른 외국인 주주들의 움직임 등 여러 사실로 미뤄 본격 M&A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고도의 협박 전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칸의 의도와 전략 아이칸은 이미 KT&G측에 △자회사인 인삼공사 기업 공개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독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신들의 요구가 모두 거절된 데다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도 불투명해지자 공개매수 시사와 같은 초강수를 던지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개 매수는 실제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보다는 경영진 협박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칸측 공개매수 제안은 M&A 업계에서 종종 쓰이는 수법으로 곰이 껴안아 위협하는 '베어 허그(Bear's Hug)'라고 불린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회사를 통째로 사 버리겠다며 경영진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칸은 KT&G에 보낸 제안서에서 '공개매수 성사를 위해 2조원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귀사가 우리와 우호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합의하면 이사 후보 추천을 철회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경영진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매수할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아이칸과 함께 이번 KT&G 공격을 주도한 스틸파트너스는 이미 일본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며 "아이칸의 이번 요구 또한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 물론 KT&G의 반응에 따라 실제 공개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칸측이 20억달러를 투입해 KT&G 지분을 추가로 사면 기존 지분(6.59%)을 포함,27.09%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적대적 M&A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아이칸이 현재 제시한 주당 6만원에서 공개 매수에 성공하더라도 나중에 공개 매수가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고 떠날 투기 자본"이라며 "공개 매수 후 주가가 6만원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아 매수에 응할 투자자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아이칸이 공개 매수가 무산되더라도 제2,제3의 갖가지 수단을 동원,주가를 띄운 후 차익을 실현하는 '먹고 튀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조효승 M&A본부장은 "KT&G와 아이칸측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결국 아이칸측으로선 이득을 보는 '꽃놀이패'식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태·김현예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