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동시에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가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의 강점인 창의성은 첫 번째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의 쇼쿠닌세이신(장인정신)과 모노즈쿠리(일본식 제조시스템)는 두 가지 모두 중시합니다." 신타쿠 준지로 도쿄대 경제학과 대학원 교수는 1990년대 미국의 신경제를 이끈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의 창의성보다 일본의 쇼쿠닌세이신과 모노즈쿠리가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박막액정표시장치(LCD)는 1965년 미국 RCA사가 개발한 기술인데 시장을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제품화되지 못했다. 일본 샤프는 1995년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신타쿠 교수는 쇼쿠닌세이신을 품질관리(Quality Control) 측면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윌리엄 데밍에 의해 체계화된 통계적Q.C에선 경영진이 최적 불량률을 설정해준다. 예를 들어 최적 불량률을 5%로 잡고 그 이하로 불량률을 낮추라고 지시한다. 이것이 달성되면 경제적 보상을 해준다. 그는 "같은 1950년대에 Q.C를 도입하기 시작한 일본 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결점(Zero Defect,불량률 제로)'을 지향했다"며 "최적 불량률이란 목표를 세우긴 하지만 불량률 제로로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근로자들이 서클을 형성하고 연구해왔다"고 소개했다. 쇼쿠닌들은 별도 지시를 안 해도 스스로 무결점을 위해 노력한다. 자기 일에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이런 정신이 전 종업원들 사이에 공유됐을 때 일본만의 경쟁력이 생겨나게 된다고 신타쿠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쇼쿠닌세이신은 종신고용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동료와 함께 개선에 나서기 때문에 특히 제조업에선 누가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는지 측정하기 어렵다. IT산업과 다른 점이다. 이를 종신고용과 승진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신타쿠 교수는 "도요타자동차의 충돌방지시스템이란 게 있는데 한 쇼쿠닌이 30년간 연구를 거듭해오다 정년퇴직을 바로 앞두고 개발에 성공했었다"며 "종신고용이 제도화돼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쇼쿠닌세이신이나 모노즈쿠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 기업들의 관심과 달리 제조업 현장에서 이를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는다. 신타쿠 교수는 그러나 "제조업에서 일상화된 장인 정신이 서비스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인한 도쿄 특파원,이익원·차병석 기자(경제부),장규호 주용석 기자(국제부),유창재 기자(산업부),허문찬 기자(영상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