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가 30% 수준인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지지도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데다 양극화 심화로 체감 경기가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보는 경제정책 방향과 정부가 설정한 아젠다가 서로 어긋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올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양극화 해소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소비와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인한 저성장의 결과가 빚은 현상인데도 증세 등을 통한 분배 정책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소비와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 기대와 괴리된 아젠다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 순위가 '경기활성화''일자리 만들기'로 생각하고 있는 데 반해 정부 경제정책은 '국가 균형발전''부동산 정책''노사 정책' 등의 순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활성화 정책'의 경우 정책 중요도는 34.1%로 나타난 반면 정책 지지도는 13.2%로 20.9%포인트의 갭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중요도가 21.5%인데 지지도는 11.8%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부동산 정책'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9.2%만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7.4%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서는 그 갭이 훨씬 벌어져 '중요하다'는 인식 비중은 5.8%로 낮았지만 지지도는 23.4%로 크게 높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방치한 채 양극화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정치과잉 이념과잉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을 펴기가 갈수록 어려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수행능력도 낙제점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행능력에 대한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수행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률은 19.6%로 경제정책 지지도(18.4%)와 비슷했다. 특히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시의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13.2%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정책의 일관성'(14.6%),'신뢰성'(15.0%),'결단력'(18.2%)은 경제정책 수행능력 평균치를 밑돌았다. 반면 '문제파악능력'은 27.3%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경제외교 능력'도 25.9%로 상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경제정책 측면에서의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한나라당 25.5%,열린우리당 14.5%로 한나라당이 우위를 지켰다. 하지만 작년 11월 조사와 비교하면 한나라당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지난번 한나라당의 경제정책 지지도는 43.5%였으나 사학법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에 주력하면서 차별화된 경제 정책 이슈를 찾아내지 못한 탓에 6개월 새 18.0%포인트 곤두박질쳤다. 한편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40.8%로 우세한 가운데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는 33.8%,'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는 25.4%로 작년 8월에 비해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젊은층일수록 경제를 밝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응답이 41.7%였던 데 비해 50대는 29.3%에 불과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어떻게 조사했나 ] 이번 조사는 지난 14∼16일 사흘간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방식으로 이뤄졌다. 인구 구성비에 따라 15개 시·도별로 표본 수를 할당한 뒤 해당 지역 전화번호부에서 할당표본 수만큼 무작위로 추출했다. 각 지표에 대한 평가는 '보통이다'란 선택을 없애고 4점 척도(①아주 잘못하고 있다 ②잘못하는 편이다 ③잘하는 편이다 ④아주 잘하고 있다)를 적용해 지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도록 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