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키로 공식 발표한 이후 마침 미 의회의 2007회계연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면서 통상관련 각 상임위원회에서 한국과 FTA 협정에 포함시켜야 할 내용들에 대한 미 의원들의 주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쌀시장 개방,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기존의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는 물론 미래 새로운 비관세 장벽 도입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뼈없는 쇠고기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쇠고기 시장 개방 목표는 기본이고, "한국에서 담배광고 제한 때 미국과 사전협의토록 해야 한다" "환율 조작도 문제다" 등등.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일자리 소멸, 자동차산업 위기를 초래한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원흉'으로 한국만 지목되는 것은 아니고 중국이 주공 대상이고 일본과 한국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겹친 상황에서 미국이 캐나다및 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최대 FTA라는 한미 FTA 협상이 출범하자 한국시장 "문제점들"의 거론 빈도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미 상원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미국 자동차 산업 위기에 관해 연 자체 청문회에선 청문회를 주관한 바이런 도건(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을 비롯해 출석한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국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을 비난하는 한편 한국과 FTA 협정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만 열고 한국시장은 여전히 비관세 장벽으로 닫혀있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주류를 이뤘다. 도건 의원은 "한국 도로에서 구르는 자동차의 99%이상이 한국산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자동차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온갖 종류의 장벽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FTA를 체결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이 협정에 따라 시장을 열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스티븐 베크먼 정부.국제국장 등 다른 참석자들도 일제히 "NAFTA 이후 멕시코산 자동차 수입이 미국산 자동차의 대외 수출 전체와 맞먹는다" "일본, 한국, 독일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현지 공장설립 등이 만드는 일자리보다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잃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한국과 FTA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스티븐 콜린스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장은 "자국 자동차 시장의 취약성과 화폐 절상으로 고전하던 일본과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처지가 2000년 이래 반전됐다"며 양국의 "환율 조작과 개입"을 주장하고 "미 행정부가 이들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즉각 끝장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환율 조작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로버트 포트먼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하원 세입위원회에선 로이드 더겟(민주.텍사스) 의원이 "한국내 담배 판매와 수출 증대를 위해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묻고, "한국이 담배 광고와 판촉을 제한할 경우 사전에 우리와 협의토록 계속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과 FTA 협정 체결 때 투자분쟁 해결 장치를 따로 규정하지 않은 호주와의 FTA를 모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 투자자보다 중남미 국가 법인들에 유리하도록 된 중남미자유무역협정(CAFTA) 모델을 따를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트먼 대표는 "CAFTA 모델이 미국 투자자에게 불리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이 모델을 더 깊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 레빈(민주.미시간) 의원도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거듭 제기하면서 포트먼 대표가 협상 출범 공식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이 문제를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는 등 USTR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포트먼 대표는 "거론하지 않았다면 내 불찰이나, 이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며, 더 중요하게는 한국측 협상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리 허거(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캘리포니아 지역 최대 관심은 농산물의 세계 시장 접근"이라며 쌀시장 개방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재확약받았다. 이날 빌 토머스(공화.캘리포니아) 세입위원장은 현재 미국과 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가운데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협상이 지지부진한 나라는 "낙오(drop)"시키고 협상이 가능한 나라에 "생산적으로" 협상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함으로써 '협상 무산'을 압박 카드로 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